대한항공, 부실 대응에 승객정보 유출까지…
지난 20일 대한항공 기내에서 발생한 승객 난동 사건의 파장이 커지고 있다. 미국 유명가수 리처드 막스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알려진 이 사건은 난동 장면이 찍힌 동영상이 유출되면서 더욱 확산됐다. 동영상에는 만취 상태로 기내에서 행패를 부린 승객 임모씨(34)와 현장 승무원들의 모습이 모자이크 없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후 임씨는 온라인에 신상 정보가 퍼져 몰매를 맞고 있다.

안전이 최우선인 기내에서 임씨가 다른 승객을 고려하지 않고 만취해 난동을 부린 일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이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대한항공이 보인 모습도 개운치만은 않다. 임씨 같은 ‘진상’에 대처하는 매뉴얼이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더욱 논란이 되는 것은 동영상 유출 경로다. 동영상에는 임씨가 정비사의 얼굴에 침을 뱉고 욕설을 내뱉는 모습이 담겼다. 정비사는 동영상에 기록을 남기듯 “침을 뱉습니다” “손을 긁어 상처가 나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한다. 임씨를 결박하기 위해 추가 장비를 가져오라는 한 승무원의 얘기에 동영상 촬영자는 “영상 좀 찍어주세요”라며 촬영기기를 다른 사람에게 맡긴다. 정황상 이 동영상 촬영자는 승무원으로 추정된다.

만약 대한항공이 동영상을 유출했다면 논란은 더 커진다. 사건의 1차적인 잘못은 임씨에게 있지만 승객 정보가 고스란히 유출된 것도 분명 잘못이다. 대한항공 측은 “동영상 유출 여부에 대해선 확인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과거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2013년 포스코에너지 임원이 대한항공 기내에서 “라면이 제대로 익지 않았다”며 승무원을 폭행했을 때도 당시 상황이 기록된 내부 보고서가 인터넷에 유포됐다. 당시 승객 정보 유출 논란이 일자 대한항공 측은 “고객 업무 처리와 관련된 내부 보고서 일부가 유출돼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데 대해 책임감을 느낀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승객 정보 등 보안 관리를 적극 보완할 것”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그때 말한 책임감에 대해 대한항공은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정지은 산업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