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 국민 KEB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은행장들은 내년 최대 경영리스크로 1997년 말 외환위기 수준의 주택가격 급락 가능성을 꼽았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가시화되고 대출금리가 오름세를 타고 있어 주택시장이 경기 침체와 맞물려 빠르게 냉각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를 내놨다.
5대 은행장 "내년 집값 15% 떨어질 수도"
한국경제신문이 12일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국민은행장, 이경섭 농협은행장, 이광구 우리은행장, 조용병 신한은행장, 함영주 KEB하나은행장(가나다순) 등 국내 5대 은행장에게 질문한 결과, 행장들은 한결같이 내년 경영전략의 초점을 리스크 관리에 맞추겠다고 답했다. 올해 가계대출 자산을 늘려 덩치 키우기 경쟁에 나섰던 은행들이 잔뜩 움츠리는 쪽으로 방향을 급선회하는 모습이다.

은행장들은 무엇보다 집값 하락에 대한 우려가 많았다. 1997년 말부터 1년 사이 서울 집값이 15% 가까이 급락한 상황이 재연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는 은행장도 있었다. 이렇게 되면 가계부채의 절반 이상인 주택담보대출 부실화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돼 은행권도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조선·해운 등 취약업종 구조조정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대통령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점도 불안 요인으로 꼽혔다. 한국뿐 아니라 프랑스 대통령선거와 독일 총선거 등 해외에서도 정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고 이는 금융시장 불안 요인이 될 것이라고 은행장들은 전망했다.

은행들이 내년 만기가 돌아오는 은행채 차환 발행을 최대한 앞당기려는 것도 시장 불안이 증폭되기 전에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내년 만기 은행채는 90조원 규모로 2010년 이후 최대다.

한 은행장은 “외환위기 때처럼 집값이 급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시나리오별 대응책을 짜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장은 “경기 침체로 빚 폭탄을 떠안은 한계가구가 매년 증가하는 상황”이라며 “주택가격 급락과 가계부채 부실이 동시에 진행되는 이중 충격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