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갑자기 한목소리로 민생을 외치고 있다. 지난 9일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엔 마치 합창하는 듯하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탄핵안 가결 의사봉을 두드리면서 “경제가 백척간두 위기”라며 “민생을 돌보는 일에 전력을 다할 것”을 당부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경제우선, 민생우선을 기치로 내걸고 당정협의 대신 여·야·정 협의체를 구성할 것을 압박했다. 국민의당도 나락으로 떨어진 민생부터 챙기고 심지어 성장잠재력을 키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재인 안철수 등 대선 주자들은 이제 ‘하야’ 대신 이구동성으로 ‘민생 최우선’이다. 내달엔 임시국회도 소집한다.

하지만 그간 정치권의 행보를 보면 갑작스러운 ‘민생 합창’이 미덥지도 않고, 더구나 민생을 명분으로 무슨 주장을 내세울지 더럭 겁부터 난다. 중대 정치이벤트 뒤에 으레 입버릇처럼 하는 소리로도 들린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4년간 정부가 그토록 경제살리기 법안 통과를 호소했건만 한 번 대응한 적이 없다. 표가 된다 싶은 60세 정년연장 의무화는 덜컥 시행해놓고 청년 고용을 위한 임금피크제는 나몰라라 해온 국회다. 중장년층 일자리를 만들 파견법 등 노동개혁 입법은 내용도 들여다보지 않고 무산시켰다. 그 결과가 100만명을 넘어선 청년백수들이요, 이미 미어터지는 골목상권에 꾸역꾸역 생겨나는 치킨집들이다.

그런 정치권이 너도나도 민생을 외쳐대니 그 속내를 알 수 없다. 도대체 국회가 경제와 민생을 위해 한 일이 무엇이 있는지 모르겠다. 선진국들은 인하 경쟁 중인 법인세율을 올리자고 달려들고, 추경예산을 처리하는 데도 39일을 끌고, 소위 ‘최순실 예산’을 제거한다면서 뒤로는 온갖 쪽지예산을 끼워 넣은 게 국회다. 게다가 의원발의 법안들은 하나같이 경제 활력을 꺾고 누군가의 특권을 보장하고, 성공과 혁신을 틀어막기 급급한 것들이다. 바쁜 기업인들 불러다 갑질하고, 자신들의 특권 고수에는 일심동체다. 오죽하면 탄핵정국 동안은 엉터리 규제법이 만들어지지 않아 오히려 좋았다고 할 정도다. 왜 국민들이 ‘국해(國害)의원’이라고 부르는지 아시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