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설립된 아이카이스트(대표 김성진·구속)는 박근혜 정부의 ‘스타’였다. ‘스마트 러닝’ 분야의 신생벤처였지만 일약 창조경제의 아이콘으로 주목받았다. 8000억원 규모로 해외 상장을 추진하는 등 성공가도를 달렸다. 정부의 ‘아낌없는’ 지원이 후광이 됐다. 현 정부 초대 경제부총리(현오석)가 정부 출범 직후인 2013년 4월 아이카이스트 본사를 방문하기도 했다. 같은 해 11월 대덕특구 4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은 전시장에 마련된 아이카이스트 제품을 직접 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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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김성진 아이카이스트 대표(오른쪽)의 안내로 스마트스쿨 시스템을 체험하고 있다. 한경DB
박근혜 대통령이 김성진 아이카이스트 대표(오른쪽)의 안내로 스마트스쿨 시스템을 체험하고 있다. 한경DB
아이카이스트 위세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 김 대표는 이라크 전 부통령, 미국 텍사스주 매캘런 시장, 중동 최대 방송사 알자지라 부회장 등을 잇따라 만났다. 그때마다 조(兆) 단위 계약 체결이 발표됐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검찰이 사기혐의로 구속된 김성진 대표와 최순실 씨의 전남편(2014년 6월 이혼)인 정윤회 씨와의 연관성을 본격 수사하기로 하면서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찰 ‘김성진 게이트’에 주목

8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성진 사건’을 맡고 있는 대전지방검찰청은 ‘비선 실세’의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정윤회 씨의 동생인 정민회 씨가 아이카이스트의 싱가포르법인장으로 재직(6월 퇴사)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게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타깃’은 김 대표가 투자자를 상대로 모은 170억원의 행방이다.

검찰 관계자는 “해외로 빠져나갔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해외법인 등을 살펴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정윤회-정민회-김성진’ 간의 연관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비선 실세’가 아이카이스트를 활용해 해외로 자금을 빼돌리려 했다는 정황을 추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회 씨는 박 대통령 비서실장 출신으로 박 대통령이 1998년 대구달성 보궐선거에 출마한 시절부터 연을 맺었다.

아이카이스트는 두바이와 싱가포르 두 곳에 해외 법인을 세웠다. 해외 상장을 위한 교두보였다. 김 대표가 해외 상장을 추진한 건 2014년께로 처음엔 미국 나스닥시장을 목표로 삼았다. 2014년 11월엔 캐나다 벤처캐피털인 요크브리지 등을 초청해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제품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지난해 8월엔 유엔해비타트, 알자지라와 각각 10조원, 100조원 규모의 수출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상장 목표도 영국 AIM(대체투자시장)으로 바꿨다. 정민회 씨가 수면 위로 등장한 건 이때다. 신설된 싱가포르 법인의 법인장에 선임됐다. 당시 김 대표는 아이카이스트의 상장 가치가 8000억원에 달한다고 주변에 말하곤 했다. 김 대표가 투자금 170억원을 모은 것도 이 시점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 정부 실세가 후원자”

아이카이스트가 이처럼 성장 가도를 달리게 된 데엔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큰 몫을 했다. 정·재계 고위 인사들이 아이카이스트 본사나 서울 천호동 전시장을 잇따라 찾았다. ‘대한민국 경제리더 대상’(미래창조과학부) 등 각종 상을 휩쓸었다. 교육부는 지난해 5월 유네스코 주최 세계교육포럼 스마트교육전시회에 아이카이스트를 민간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초청했다. 아이카이스트는 이명박 정부 때인 2012년에 지식경제부(현 미래창조과학부) 소속 연구소기업으로 승인받았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올초 아이카이스트의 영국 상장 주관단이 국회, 정부, KAIST(아이카이스트 지분 49% 보유) 등을 방문해 실사를 위한 사전 조사를 한 적이 있다”며 “정부 지원을 확인하기 위한 차원이었는데 극찬 일색이었다”고 말했다.

국회의 한 전문위원은 “대덕특구 40주년 행사 때 박 대통령이 아이카이스트 부스를 방문하는 동선을 누가 짰는지 눈여겨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혼 전 정윤회·최순실 부부 및 이들과의 연락책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문고리 3인방(이재만·안봉근·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도 나온다.

검찰도 정윤회 씨와 김 대표의 관계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AIST 관계자는 “김 대표는 현 정부 실세(정윤회)가 아이카이스트 후원자라고 말하고 다녔다”고 전했다.

박동휘/박상용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