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리나 박세은, 동양인 최초 파리오페라발레단 수석무용수 승급
발레리나 박세은(25·사진)이 동양인 최초로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단(BOP)의 프리미에 당쇠르(수석무용수)로 승급했다.

BOP는 5일(현지시간) 공식 트위터를 통해 쉬제(솔리스트)인 박세은이 내년 1월부터 프리미에 당쇠르로 활동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발레리노 제르망 루베도 함께 승급했다.

1671년 설립돼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국립 발레단으로 꼽히는 BOP에서 순수 동양인이 수석무용수가 된 것은 박세은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뉴질랜드·일본 혼혈인 한나 오닐이 수석무용수로 승급한 적은 있다.

한국인으로는 김용걸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2000년 BOP에 입단해 동양인 최초 솔리스트로 활동했다. 2009년 BOP에서 솔리스트로 은퇴한 김 교수는 “박세은의 실력과 노력이 합쳐져 이뤄낸 한국 발레계의 경사”라며 “언젠가 에투왈로 지명될 날도 기대한다”고 말했다.

BOP의 정단원 150여명은 5단계로 나뉜다. 코르 드 발레(군무진)-코리페(군무의 리더)-쉬제-프리미에 당쇠르-에투왈(수석무용수 중 최고 스타) 순이다. 프리미에까지는 승급 시험을 통해 선발한다. 에투왈은 예술감독과 이사회 등의 논의를 거쳐 선정된다. 프랑스인이 아닌 무용수가 에투왈이 되는 경우는 드물다.

박세은은 2011년 준단원으로 BOP에 입단한 이래 차근차근 입지를 다져왔다. 입단 6개월여 만인 2012년 코리페로 승급한 데 이어 이듬해 쉬제로 올라섰다. 2014년엔 발레 ‘라 수르스’에서 주인공 나일라로 발탁됐다. 지난해 수석무용수 승급이 유력했으나 고배를 마셨고, 1년 만에 승급에 성공했다.

한예종 무용원 발레영재 출신인 그는 2006년 미국 잭슨콩쿠르에서 금상 없는 은상을 받았고, 2007년 스위스 로잔콩쿠르 1위와 2009년 불가리아 바르나콩쿠르 금상을 차지했다. 세계 4대 발레콩쿠르(바르나·잭슨·모스크바·로잔) 중 세 봉우리를 정복한 셈이다. 2007년엔 로잔콩쿠르 수상자에게 주어지는 특전으로 미국 아메리칸발레시어터(ABT) 산하 단체인 스튜디오컴퍼니(ABTⅡ)에서 활동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