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흐르는 아침] 루트비히 2세와  리하르트 바그너
바이에른의 루트비히 2세(1845~1886)는 어린 시절부터 백조가 끄는 배를 탄 성배의 기사 이야기인 리하르트 바그너의 ‘로엔그린’에 매료됐다. 19세에 즉위하자마자 신백조성(노이슈반슈타인) 건축에 착수하고, 채무와 정치적 문제로 유럽 각지를 전전하던 바그너를 모셔다가 극진히 대접한다. 지나친 바그너 숭배는 급기야 ‘바그너의 작품만 공연한다’는 배타적 목적을 가진 바이로이트 극장의 건립 비용 지원으로 이어졌다. 통치자가 그 본질을 소홀히 하는 사이에 국력이 쇠한 바이에른 왕국은 전쟁마다 패했다. 참지 못한 신하들은 광기에 사로잡혔다는 이유로 루트비히 2세를 유폐하기에 이르렀다. 그의 이야기를 다룬 가장 유명한 영화가 바그너 음악이 주술적으로 흐르는 루키노 비스콘티 감독의 225분짜리 대작 ‘루트비히’(1972)다.

유형종 음악·무용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