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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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17일 “대선 주자 사이에서 경제성장론들이 나오는데, 그 핵심이 친기업이 아닌 것은 다 가짜”라고 말했다.

최근 대선 출마 의사를 밝힌 김 전 지사는 이날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이 성장의 주역이고 주체가 되도록 해야 함에도 우리 사회에는 이런 인식이 안 돼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국민성장, 동반성장, 균형성장, 공정성장, 소득주도성장 등 어떤 것이든 정치인과 관료들이 성장을 주도하겠다고 하면 규제만 양산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전 지사는 “기업가 정신이 쇠퇴하고 있고, 성장에 대한 의욕과 정신이 약해지고 있어 큰 문제”라며 “정치하는 사람들이 규제 위주의 정책, 즉 가짜 성장에 맞는 일을 하고 있고, 관료도 여러 명분으로 대우조선해양같이 ‘좀비기업’을 끼고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기업의 팔을 비틀어 뭐를 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이런 반기업 정서 때문에 한국에서 기업하기 매우 어려운 상황이 돼 버렸고, 이게 제조업 위기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선 출마 배경에 대해 “지난 4월 총선 때 대구 수성갑에서 패배한 뒤 정계 은퇴까지 생각했다”며 “북한 핵, 경제 침체 등으로 위기에 처해 있다. 그래도 배운 도둑질이 이것(정치)밖에 없는데, 한국 정치가 이래선 안되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말로만 하는 게 아니고 경험으로 한다. 대통령을 맡겨 주면 잘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수성갑 패배가 대권 가도에 부담이 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중·고교·대학 입시, 기능사 자격증(7개), 택시기사 자격증, 국회의원 세 번, 도지사 두 번 등 수차례 도전에서 한 번도 떨어진 적이 없다”며 “내 인생 첫 패배로 이번에 치명상을 입었다”고 했다. 이어 “떨어져 보니 많이 보이더라. 나라가 위기인데 대선주자들은 인기 위주의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법인세 인상 주장을 정면 비판했다. 그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법인세를 올리자는 곳은 없다”며 “성장도 투자도 안 되고, 외국 자본도 안 들어오는데 그런 주장을 할 때인가”라고 반문했다. 또 “성장하자면서 법인세율을 높이자고 하는 것은 대기업에 대한 증오심 때문이고, 이율배반적·이중적 태도”라고 비판했다.

그는 현재의 노동운동을 ‘계급투쟁’이라고 규정하고, 노동운동가 출신인 자신이 개혁 적임자라고 했다. 그는 “노동개혁이 안 되는 이유는 노동자들의 구태, 즉 계급투쟁론 때문”이라며 “노(勞)·사(使)는 적대적이라거나, 사용자는 착취하고 노동자는 피착취되고 있어 투쟁을 통해서만 해결할 수 있다는 인식”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노동자들의 이런 행태를 고치지 않고선 우리 경제에 희망이 없다”며 “이런 시대착오적인 계급투쟁론 때문에 노조원도 불행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외국 공장은 임금이 우리보다 낮고, 노동정책도 우리보다 더 좋으며 현지 정부도 친기업적”이라며 “내가 오너라면 어디 가서 투자하겠나. 외국에 진출한 한국 제조업체들이 현지 사정이 어려워도 ‘리쇼어링(국내 복귀)’하지 않고 바깥으로 떠도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는 북핵 문제와 관련, “핵에는 핵이 답”이라며 “미국이 한국에 전술핵을 배치하는 게 좋지만 그게 안 되면 우리가 자체적으로 핵개발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미국이 주한미군을 보호하기 위해 사드(THAAD·고(高)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하는 데 반대할 이유가 없다”며 “사드도, 핵도 없다는 것은 다 죽자는 것이고, 우리 운명을 북한에 맡기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드 배치도 하지 말자는 사람이 어떻게 대통령이 되겠다고 할 수 있고, 우리 국민 생명을 어떻게 책임지겠다고 하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개헌론에 대해선 “내각제, 이원집정부제 등은 대통령 권한을 국회의원들에게 나눠주거나 대통령제를 없애자는 것”이라며 “의원들이 대통령보다 더 신뢰받고 있다면 국민이 박수를 보낼 것이지만, 국회를 없애라는 판에 과연 그런가”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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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식 선임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