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홍규 한국전시산업진흥회 회장이 국내 전시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이선우  기자
이홍규 한국전시산업진흥회 회장이 국내 전시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이선우 기자
“전시산업이 포화상태라고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이홍규 한국전시산업진흥회 회장(63)은 마이스(MICE: 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회)의 한 분야인 전시회 시장이 무궁무진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 회장은 “전시회는 최신 기술이나 제품을 팔려는 자와 사려는 자가 거래하기 위해 모이는 비즈니스의 장”이라며 “새로운 기술과 제품이 개발되고 과거에 없던 새로운 산업이 생기는 한 전시회 아이템은 마르지 않는 샘물과 같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전시 분야에 30년 넘게 투신해 온 1세대 전시전문가다. 한국전시주최자협회 회장, 코엑스 사외이사 등을 지낸 그는 30대 초반이던 1984년 민간 전시전문주최사(PEO) 경연전람 대표로 전시업계에 입문했다. 그가 대표로 있는 한국전람은 해외 이민투자 박람회, 해외 유학·어학연수 박람회 등 연간 여섯 건의 전시회를 서울, 부산 등에서 열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달 30일 이사회 투표를 거쳐 7대 진흥회 회장에 선출됐다. 2002년 진흥회 설립 이후 회장은 전시컨벤션센터가 돌아가며 맡아 왔다. 민간 전시주최자가 진흥회 회장을 맡기는 이 회장이 처음이다. 그는 이번 선거 결과가 지난 15년간 한국의 전시산업을 이끌어 온 진흥회의 변화를 기대하는 구성원들의 바람이 반영된 결과라고 평가했다. 이 회장은 “시설운영자, 전시주최자는 물론 전시디자인과 서비스 등 업계 전체가 이해할 수 있는 합리적이고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이 목표”라며 “이를 위해 업계 전체에 ‘상생문화’를 정착시키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앞에선 중국, 일본, 홍콩에 밀리고 뒤에선 태국 등 동남아 국가들로부터 거센 추격을 받고 있는 국내 전시산업 현실에 대해 이 회장은 새로운 전시 콘텐츠 발굴과 함께 틈새시장 공략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그는 “바이오, 사물인터넷(IoT), 가상현실(VR) 등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신규 전시회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한국처럼 산업적으로 고도화된 곳에서는 전문성을 강조한 고부가가치 행사가 오히려 성공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동안 추진해 온 전시회의 국제화와 대형화 기조를 유지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앞으로 새롭게 열리는 전시회들이 초기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임기 중 여행사, 국제회의기획사(PCO) 등 마이스업계와의 제휴·협력을 늘려 나가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정부의 지원 체계가 산업통상자원부와 문화체육관광부로 이원화돼 있는 상황에서 먼저 업계 내 간극을 줄이는 시도에 나서겠다는 것. 그는 “여행사, PCO 등과의 협력을 통해 전시회와 연계한 산업관광 상품은 물론 산업 세미나·콘퍼런스와 같은 프로그램 개발이 가능할 것”이라며 “이런 시도가 전시회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효과로 이어져 마이스산업 전체 기반을 강화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선우 기자 seonwoo_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