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용 단백질 만드는 식물…인공 번개 발전기 …삼성 미래기술 '외부협업'으로 성과 낸다
“지금은 4차 산업혁명 시대다. 모든 인간의 네트워크를 연결하고 거기에서 비즈니스를 창출하는 시대다. 하지만 이런 기술도 기초과학에서 나오는 것이다.”

삼성그룹은 지난 9일 사내 방송을 통해 ‘시드 메이커(seed makers)-미래를 엿보다’라는 주제의 프로그램을 내보냈다. 강성모 KAIST 총장과 국양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 이사장의 대담을 전달했다. 16일 삼성의 미래기술육성사업 3주년을 앞두고서다.

삼성은 미래기술육성사업을 통해 기초과학에 대한 연구개발(R&D)을 외부에 적극적으로 위탁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3년부터 내부 연구조직을 대대적으로 개혁했다. 중장기 기술을 연구해온 삼성종합기술원의 규모를 절반 가까이 줄였다. 사업화가 가능한 연구과제만 남기고 성과가 가시화되지 않는 과제는 없앴다.

이 때문에 내부에서 불만이 나오고, 외부에선 우려가 생겼다. 비용 절감을 위해 연구조직을 줄이는 게 아니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삼성은 내부에서 줄인 비용을 외부에 쏟았다. 미래기술육성사업이다. 2013년부터 2022년까지 10년간 총 1조5000억원을 투자하고 있다.

지난 3년간 기초과학, 소재기술 등 총 243건의 연구를 지원했다. 운영한 지 3년이 지나면서 가시적인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황인환 포스텍 교수는 의료용 단백질을 생산하는 식물을 개발했다. 이 식물로 만든 샐러드를 먹으면 비만과 당뇨를 치료할 수 있다. 이 과제는 2013년 1차 과제를 받은 뒤 지난해 심화 연구를 위해 2차 지원을 받았다. 백정민 울산과학기술대 교수는 ‘인공 번개 발전기 및 에너지 소실 없는 전하 펌프 개발’이라는 과제를 연구하면서 삼성전자와 다수의 공동 특허를 출원하는 성과도 거뒀다.

미래기술육성재단은 중장기 기술 개발을 위해 외부 전문가에게 의뢰하는 공익재단으로, 삼성은 운영에 개입하지 않는다. 이는 미국의 국가 R&D 방식과 비슷하다. 대부분 R&D 자금은 국가의 연구로드맵에 따라 스탠퍼드, 버클리 등 유명 대학에 위탁해 연구한다. 이를 통해 대학이 발전하고 세계에서 천재 학생들이 영입되는 구조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