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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말이 안되는 얘기예요.누군가 강력히 이의제기를 해야 합니다.올림픽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올림픽 남자 골프 대표팀 코치인 최경주(46·SK텔레콤·사진)가 단단히 뿔이 났다.같은 기록 경기인 수영에서는 동점자에게 메달을 주는 반면,골프는 플레이오프를 치러 금· 은· 동을 가리도록 한 올림픽위원회의 방침이 공정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그는 13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바하다치쥬카 골프장(파71 ·7128야드)에서 열린 올림픽 남자 골프 경기 3라운드가 끝난 뒤 기자와 만나 이같은 불만을 제기했다. 최경주는 “같은 기록 경기에서 동점자에 대한 시상 규정을 달리 적용하는 것은 스포츠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탱크’ 최경주를 뿔나게 만든 단초는 이날 오전 열린 수영 100m 접영 결승전이다.사상 최초로 3명이 공동 은메달을 수상하는 진풍경이 연출된 것이다.‘수영의 신(神)’마이클 펠프스(미국)는 이날 100m접영에서 채드 르 클로스(남아프리카공화국), 라슬로 체흐(헝가리)와 함께 공동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51초14로 100분의1초까지 기록이 똑같았다.

최경주는 “아침에 그 소식을 듣고 골프 룰을 떠올리니 참 말도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정식으로 이의제기를 할까 생각중”이라고 했다.

올림픽위원회는 112년만에 골프를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부활시키면서 1~3위까지 동점자가 나올 경우 3개홀 ‘서든 데쓰’ 방식의 플레이오프를 치러 메달 색깔을 결정하기로 했다.일종의 ‘타이브레이크’룰을 적용한 것이다.타이브레이크는 공동순위를 없앨 때 쓰이는 룰이다.선두가 두 명일 경우 둘만 연장전을 치러 금,은을 가리고,단독 3위가 동메달을 차지하게 되며,선두가 세 명일 경우 연장을 통해 금·은·동을 가린다.금·은이 가려진 뒤에도 공동 3위가 두 명 이상일 경우에도 플레이오프를 치러 딱 한 명에게만 동메달을 주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는 기존 골프 경기때 적용되는 룰과는 다른 올림픽용 룰이다. 기존 경기에선 1위 우승자만 플레이오프를 통해 가리고 나머지는 모두 공동 순위로 인정하는 게 기본이다.

미국프로골프투어(PGA)나 US아마추어골프에서도 이런 룰을 적용하는 게 보편적인 만큼 골프도 동점으로 3위안에 들었을 경우 공동메달을 주는 게 맞다는 게 최경주의 주장이다.다른 종목들도 일반 대회 룰을 그대로 적용하면서 골프만 별도 룰을 만든 건 형평에 어긋난다는 논리다.

‘탱크’의 주장이 먹힐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14일 마지막 4라운드만을 남겨놓고 있어 룰의 옳고 그름을 떠나 위원회가 하루만에 방침을 바꿀 리가 없기 때문이다.

이같은 발언은 남자골프 한국대표팀으로 출전한 ‘코리안 브러더스’ 안병훈(25·CJ)과 왕정훈(21)의 부진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올림픽에선 동메달 이상을 따야 병역면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그러나 현재의 룰 대로라면 가능성이 희박하다.안병훈은 이날 3라운드에서 한 타를 줄여 합계 3언더파를 기록했다.합계 12언더파를 친 선두 저스틴 로즈(영국)와 9타 차 공동 14위다.뒤집기 확률이 희박한 격차다.결승에서 9타 차를 뒤집고 우승한 경기는 프로무대의 경우 전례를 참기 힘들다.

2위 헨릭 스텐손(스웨덴)이 11언더파, 3위 마커스 프레이저(호주)가 9언더파다.2위나 3위를 하려해도 최소 6타 차를 뒤집어야 한다.3위와 동점이 돼도 연장전 관문이 남아있다.버바 왓슨(미국), 데이비드 링메르트(스웨덴), 에밀리아노 그리요(아르헨티나) 등 6언더파 공동 4위의 벽도 두텁긴 마찬가지다.모두 우승후보로 꼽히는 쟁쟁한 강적들이다.

사실상 로즈와 스텐손,프레이저가 금· 은·동을 나눠가질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왕정훈은 이날 하루에만 6오버파를 치는 부진 끝에 3라운드 합계 6오버파로 공동 51위에 그쳐 메달권에서 완전히 멀어졌다.

리우데자네이루=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