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개혁의 허상이 또 드러났다. 시민단체인 바른사회시민회의가 국내 316개 공공기관 중 사내근로복지기금을 운영 중인 93곳을 전수조사한 결과, 이들 기관이 기금으로 출연한 금액이 지난해 총 1조8673억원으로 집계됐다고 한다(한경 7월26일자 A8면 참조). 공공기관의 근로자 1인당 사내근로복지기금 출연액이 평균적으로 민간 대기업의 세 배 수준에 달했다는 분석이다. 이런 기금이 공공기관의 편법적인 임금인상 수단 등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것은 짐작하는 대로다.

국민 세금을 갖다 쓰는 공공기관이 민간의 두 배, 세 배에 달하는 사내근로복지기금을 왜 운영해야 하는지 그것부터 이해하기 어렵다. 가뜩이나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공공기관이 복지기금까지 퍼주기를 하고 있으니 더욱 그렇다. 게다가 공공기관의 사내근로복지기금 출연을 엄격히 관리해도 시원찮을 정부는 지난해 ‘공기업·준정부기관 예산편성지침’을 바꿔 공공기관이 오히려 사내근로복지기금을 기존보다 훨씬 쉽게 출연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고 한다. 새 지침을 토대로 30개 공공기관을 시뮬레이션해 본 결과 이들 기관은 올해 1000억원에 가까운 기금을 추가 적립할 수 있을 것이라는 추정이 나왔다. 정부가 사실상 사내근로복지기금의 무한 팽창을 방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바른사회시민회의도 지적했듯이 사내근로복지기금을 무상으로 지원하는 것은 일종의 ‘그림자 급여’를 얹어주는 것과 같다. 이런 편법 급여가 난무하니 공공기관이 임금피크제, 성과연봉제 등을 채택한들 효과가 있을 리 만무하다. 어쩌면 공공기관 경영진과 노조가 은밀한 이면계약 형태로 기금을 통한 출구를 마련하는 데 합의하고, 정부는 이를 눈감아준 게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다.

공공기관이 동원하는 편법이 어디 사내근로복지기금뿐이겠나. 대기업, 중소기업 등 민간기업보다 공공기관 취업에 목을 매는 청년들만 나무랄 일도 아니다. 정권마다 공공개혁을 외치지만 이를 전혀 체감할 수 없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앞에서는 공공개혁을 떠들지만 뒤로는 온갖 편법 보상이 판을 치니 결국 헛일이 되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