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등 공공기관의 근로자 1인당 사내근로복지기금 출연액이 평균적으로 민간 대기업의 세 배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기금이 편법적인 임금 인상 수단 등으로 악용되는 사례도 적지 않아 출연 규모 등을 보다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의 직장' 공공기관, 사내복지기금도 '퍼주기'
◆공공기관, 기금 출연 ‘펑펑’

시민단체인 바른사회시민회의가 25일 공공기관 경영정보시스템인 ‘알리오’를 통해 국내 316개 공공기관 중 사내근로복지기금을 운영하고 있는 93곳을 전수 조사한 결과, 이들 기관이 사내근로복지기금으로 출연한 금액은 지난해 총 1조8673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회사당 평균 출연액은 200억7878만원, 근로자 1인당 출연액은 89만4000원이었다.

이는 민간 대기업의 사내근로복지기금 출연 규모를 크게 초과한다. 바른사회시민회의가 고용노동부 정보공개청구 자료(2014년 기준) 등을 분석한 결과 상용근로자 300명 이상인 625개 대기업의 회사당 평균 출연액은 99억9600만원, 1인당 출연액은 25만5600원이었다. 회사당 평균 출연액은 공공기관이 민간 대기업의 2.1배, 1인당 평균 출연액은 3.5배에 달한다.

이수영 바른사회시민회의 경제팀장은 “독점 사업을 영위하는 공공기관이 민간의 두 배, 세 배에 달하는 사내근로복지기금을 왜 운용해야 하는지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며 “정부는 공공기관의 사내근로복지기금 출연을 보다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거꾸로 가는 정부 지침

이런 상황에서도 정부는 지난해 ‘공기업·준정부기관 예산편성지침’을 바꿔 공공기관들이 오히려 사내근로복지기금을 기존보다 훨씬 쉽게 출연할 수 있도록 허용해 준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까지 공공기관은 1인당 사내근로복지기금 누적 출연액이 500만원 이하일 경우 세전순이익의 5%까지, 500만~2000만원일 경우 2%까지 각각 추가 출연할 수 있었다. 2000만원을 초과할 때는 불가능했다.

하지만 지난해 지침이 변경돼 2500만원 이상일 때만 추가 출연을 못하고 500만~2500만원은 세전순이익의 2~4%까지 출연할 수 있게 됐다. 기존보다 기준이 크게 완화된 것이다. 정부는 올해도 작년과 같은 기준을 유지하고 있다.

바른사회시민회의가 30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시뮬레이션해 본 결과 이들 공공기관은 작년 지침 변경으로 올해 1000억원에 가까운 사내근로복지기금을 추가 적립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됐다. 2014년까지의 지침을 적용하면 이들 30개 공공기관은 1490억원까지 기금 출연이 가능하지만, 개정된 지침을 적용하면 2464억원까지 출연할 수 있게 됐다는 계산이다.

바른사회시민회의는 일부 공공기관이 사내근로복지기금을 사실상 임금 인상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A금융공기업은 2013년부터 작년까지 가족을 부양하고 있는 정규직 직원 전원에게 매년 6억~7억500만원을 ‘가족친화제도 지원금’ 명목으로 지급했다. 이 팀장은 “전 직원을 대상으로 사내근로복지기금을 무상 지원하는 건 일종의 ‘그림자 급여’를 주는 것으로 정부의 예산편성 지침에 어긋난다”며 “사내근로복지기금이 편법적인 임금 인상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