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남중국해 분쟁과 한반도 고(高)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등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특히 중국이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통해 미국의 대북 독자제재에 반대하면서 북핵 문제 해결이란 과제를 안고 있는 한국 정부가 미·중 사이에서 외교력을 시험받는 형국이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3일 “필리핀과 중국 사이의 남중국해 영유권 갈등 문제에 대해 미국이 한국에 국제재판소 판결 지지 입장을 미리 밝히라고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한·미관계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은 필리핀이 네덜란드 헤이그의 상설중재재판소(PCA)에 제기한 중재 판결이 나오기 전 한국에 ‘관계국은 판결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하기를 희망한다’는 뜻을 비공식적으로 요청했다”고 전했다. 한국은 “판결이 나오기 전에 태도를 밝히는 것은 어렵다”며 미국 요구에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재판에서 필리핀 주장이 받아들여질 것으로 예상해 한국을 동참하도록 하려 했지만 중국과의 관계를 우려한 한국이 이같이 반응했다는 것이다. 중국은 한국에 ‘필리핀이나 미국의 주장은 국제적 음모이기 때문에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드 한반도 배치 문제를 두고도 한·미 간 시각차가 나타났다. 미국 군사전문매체 브레이킹 디펜스는 2일(현지시간)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부 장관이 4일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사드 배치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국방부 고위관계자는 “(사드 배치와 관련해) 곧 공개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사드 조기 배치를 기정사실화했다.

한국 국방부는 3일 개막한 싱가포르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중 열리는 한·미 국방장관회담에서 “사드와 관련한 논의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배치 관련 협의는 진행 중이지만 (논의) 완료시기는 예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사드 배치는 중국이 주시하고 있는 문제다. 강력한 대북제재가 효과를 보기 위해 중국의 협조가 절실한 만큼 한국 정부는 사드 배치에 당분간 신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