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중도금 대출 이자 1700만원 더 내라니…"
지난해 8월 경기 수원 광교신도시에서 수백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아파트를 청약받은 직장인 조모씨는 최근 1차 중도금 집단대출 관련 내용을 통보받고 깜짝 놀랐다. 대출 금리가 계약 당시 안내받았던 것(연 2.5% 내외)보다 1%포인트나 높았기 때문이다. 이대로 대출 계약을 맺는다면 입주 때 1700만원가량의 이자비용 부담이 추가로 생긴다. 조씨가 대형 평형을 8억9000여만원에 분양받은 이 단지는 초고층으로 지어져 공사기간도 상대적으로 긴 3년5개월이다.

건설회사 측은 은행들이 작년 말부터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면서 중견 건설업체가 짓는 아파트에 대해 중도금 대출 금리를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씨는 “집단대출은 수도권에서 지난달부터 시행된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 라인’에서도 제외된 항목”이라며 “분양이 마무리된 단지까지 금리를 크게 올리는 건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결국 분양 계약자들만 피해를 보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올 들어 중도금 대출 금리가 급등하면서 1차 중도금 납부 시기가 다가오는 분양 단지들에 비상이 걸렸다. 분양 계약을 한 뒤 보통 6개월이 지나면 첫 중도금을 내는데 당초 연 2% 중후반으로 예정됐던 중도금 대출 금리가 최근 연 3% 중후반으로 높아진 데 따른 것이다. 일부 단지에선 분양 계약자와 건설업체 간 갈등 조짐도 빚어지고 있다.

3일 한국주택협회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기준으로 중도금 대출이 거부 또는 보류됐거나 금리가 인상된 분양 단지는 총 30곳, 3만3970가구에 달한다. 이들 단지의 중도금 대출 규모는 5조2200억원 수준이다.

이들 사업장 중 14곳은 사전에 중도금 대출을 받기로 협의했던 시중은행에서 대출을 거부하면서 대출 기관을 지방은행이나 제2금융권으로 바꿨다. 이 과정에서 대출 금리가 연 3% 중후반으로 당초보다 1~1.5%포인트가량 뛰었다. 중도금 대출 은행을 찾지 못해 분양 일정을 미루거나 1차 중도금 대출 시기를 늦춘 사업장도 16곳에 이른다.

최근 금융권에선 대출 금리를 결정할 때 사업장 분양률이나 입지조건보다 시행 건설회사 규모를 더 중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중견 건설업체 관계자는 “분양률이 90% 이상 올라간 단지도 시행건설사가 대형 업체가 아닐 땐 대출 심사를 강화하고 있다”며 “비슷한 입지에서도 대형 업체와 중견 건설사 간 중도금 대출 금리 격차가 연 0.5%포인트에 이른다”고 말했다.

일부 분양단지에선 높아진 대출 금리를 둘러싸고 입주 예정자와 분양업체 간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분양 계약자들은 입주자협의회를 구성해 금융회사와 분양업체에 항의하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 1월 대출 금리를 연 2.9% 선으로 통보받은 경기 용인의 한 분양단지는 입주 예정자들이 당초 예정 금리보다 높다며 반발하자 용인시청 중재로 금리를 연 2%대 중반으로 낮췄다.

경기 광주의 한 단지도 대출 금리가 분양 때 안내받았던 것보다 1%포인트가량 높은 연 3%대 후반으로 결정되면서 입주 예정자들 항의가 이어졌다. 건설회사는 결국 이자의 일정 부분을 부담하기로 하고 대출 이자를 연 3.4%로 낮췄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시중은행들이 자체적으로 중도금 대출 금리를 높여 리스크를 줄이려는 경향이 뚜렷하다”며 “곳곳에서 입주 예정자들의 불만이 나오면서 금리 조정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업계에선 작년 하반기 분양이 집중된 영향으로 올 상반기 1차 중도금 납부 시기가 돌아오는 곳이 많아 대출 금리를 둘러싼 갈등은 더 심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11~12월 신규 분양 물량만 10만8134가구에 달한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