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신뢰 떨어뜨린 다이슨의 성능 비교
‘부당한 비교가 아닐까.’

영국 가전업체인 다이슨이 2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기자들을 대상으로 연 무선청소기 성능비교 행사를 보고 든 생각이다. 다이슨은 이 회사 무선청소기 ‘V6 플러피 헤파’의 성능이 우수하다는 사실을 입증하겠다며 취재진을 초청해 다른 가전업체 무선청소기 2대와 성능을 비교하는 행사를 열었다.

행사를 마련한 것은 의미있는 시도로 보였다. 그동안 “우리 제품이 우수하다”고 주장하는 업체는 많았지만 다이슨처럼 자신있게 성능 비교에 나선 회사는 없었다. 소비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차원에서도 좋은 시도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비교 과정을 지켜본 뒤 오히려 다이슨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다. 이날 다이슨이 비교 대상으로 선택한 제품은 LG전자와 일렉트로룩스의 무선청소기였다. 다이슨은 2.4m 길이의 검은색 타일 3개 위에 같은 양의 흰색 베이킹 소다를 뿌린 뒤 무선청소기 3대를 동시에 작동하는 방식으로 행사를 진행했다. 다이슨 청소기가 지나간 자리는 깨끗했다. 반면 LG전자, 일렉트로룩스 제품이 지나간 타일 위에는 베이킹 소다가 일부 남아 있었다.

문제는 다이슨 제품과 비교 대상이 된 제품 간 가격 및 사양 차이가 컸다는 점이다. 다이슨 제품의 가격은 119만원으로, 흡입력 25와트(W)짜리다. 비교한 LG전자 제품은 29만9000원으로, 흡입력 20W 이하인 보급형이었다. 일렉트로룩스 제품도 46만9000원(20W)으로 가격과 흡입력에 차이가 있다.

다이슨이 제품 성능을 입증하고 싶었다면 비교 대상을 객관적으로 선택했어야 한다. 최고급 무선청소기라면 LG전자엔 104만원에 흡입력 200W짜리가 있고, 다이슨 제품과 동일한 스틱 형태의 고급형 45만9000원짜리(25W)도 있다.

“비교 대상으로 삼기엔 사양이 너무 다른 게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다이슨 측은 “시장에서 인기있는 제품과 비교한 것이고, 행사 취지는 다른 회사 제품과 비교보다는 다이슨 제품의 성능을 쉽게 보여주려던 것”이라며 얼버무렸다. 전자업계에선 “LG전자와 일렉트로룩스가 소송을 제기해도 다이슨이 이기긴 힘들 것”이란 얘기도 나오고 있다.

정지은 산업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