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유리 기자 ] 카카오를 이끄는 임지훈 호(號)가 잇단 '빅딜'을 성사시켰다. 특히 콘텐츠 사업자 인수·합병에 2조원에 가까운 자금을 투자하는 등 공을 들이고 있다. 콘텐츠로 모바일 플랫폼을 강화하고 글로벌 사업을 확대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분석+] 카카오 임지훈號 잇단 '빅딜'…콘텐츠·글로벌 '승부수'
11일 카카오는 엔터테인먼트 사업자인 (주)로엔엔터테인먼트(이하 로엔)의 지분 76.4%를 1조87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로엔은 국내 1위 음악 콘텐츠 플랫폼인 '멜론'을 서비스하고 있다. 멜론은 국내 최대 규모인 28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한 서비스다. 로엔은 여기에 아이유, 씨스타 등 가수와 배우 매니지먼트 사업을 병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아티스트 관련 상품을 파는 '멜론쇼핑'을 시작하면서 커머스 사업으로 영역을 넓혔다.

카카오는 로엔을 인수하기 위해 자금 확보에도 팔을 걷어붙였다. 기존 대주주인 스타 인베스트 홀딩스(어피너티)등을 상대로 한 7500억원 규모에 유상증자에 나섰다. 나머지 금액에 대해선 자체 보유한 현금과 인수금융을 활용하되 필요시 로엔 지분에 대한 외부 투자유치도 진행할 계획이다.

카카오가 콘텐츠사에 러브콜을 보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특히 임지훈 대표가 취임한지 3개월 만에 공격적인 투자 행보를 나타냈다.

지난달 콘텐츠 전문회사인 포도트리를 인수한 것이 대표적이다. 포도트리의 지분 49.7%를 확보해 자회사로 편입한 것.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보유한 192억원 규모의 포도트리 지분을 카카오에 무상증여하는 방식이었다.

카카오의 투자전문 자회사 케이큐브벤처스도 지난달 '카카오 디지털콘텐츠 펀드'를 조성했다. 카카오가 출자한 100억원을 포함해 총 341억원 규모다. 케이큐브벤처스는 펀드 조성 이후 웹드라마 제작사인 '모모'에 투자를 단행했다.

카카오의 통 큰 투자는 모바일 시대에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모바일 플랫폼의 가치를 높이려면 이를 채우는 디지털 콘텐츠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로엔의 음원 콘텐츠도 플랫폼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현재 카카오는 벅스와 손잡과 '카카오뮤직'을 서비스했지만 관련 시장에서 큰 힘을 쓰진 못했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인수는 모바일 콘텐츠를 확보하는데 긍정적이라고 본다"며 "카카오 뮤직에서 벅스와 협력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계약이 끝나기 때문에 음원 쪽에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로벌 사업에서도 시너지를 노릴 수 있다. 로엔은 멜론 쇼핑과 함께 콘서트 티켓 예약, 동영상 서비스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한류 콘텐츠를 통해 해외에서 발을 넓힐 수 있단 얘기다. 국내에 머물고 있는 카카오에게 해외 공략은 시급한 과제이기도 하다.

카카오 관계자는 "모바일 플랫폼 경쟁력과 로엔의 음악 콘텐츠가 가진 고유의 장점을 살려 새로운 콘텐츠 플랫폼 기반을 마련하겠다"면서 "향후 글로벌 진출의 토대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적 판단에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도 "단지 음원 콘텐츠를 위해 2조원에 가까운 큰 돈을 쓰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향후 콘텐츠 관련해 새로운 사업 모델이 나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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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리 한경닷컴 기자 now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