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카무라 슈지 교수 "박사학위 쉽게 따려다가 청색 LED 개발"
“박사논문을 쉽게 쓰려고 하다가 노벨상까지 받았다.”

청색 LED(발광다이오드)를 개발한 공로로 지난해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나카무라 슈지 UC샌타바버라 교수(사진)의 얘기다. 나카무라 교수는 3일 서울 반포동 JW메리어트호텔에서 특허청이 주최하고 지식재산보호협회가 주관, 서울반도체가 후원한 ‘지식재산보호 특별강연회’에 참석해 노벨상을 받기까지의 과정과 뒷얘기를 자세히 풀어놨다.

그는 일본의 한 시골마을에 있는 중소기업(니치아화학)에 다니다 1988년 미국으로 연수를 떠났다. 플로리다주립대에 연구원으로 있던 그는 박사학위가 없다는 이유로 온갖 설움을 당했다고 한다. 그는 “당시 서른다섯 살이었는데 (나보다 어린) 동료 연구원들이 기술자 취급을 했다”며 “박사과정은 연봉 10만달러를 받는데 나는 기술자라고 3만~4만달러를 줬다. 머리를 쓰지 않는 허드렛일도 시켰다”고 회상했다.

이듬해 일본으로 돌아온 그는 열등감을 극복하기 위해 박사학위 논문을 준비했다. 일본에서는 당시 유명 학술지에 다섯 개 이상 논문을 내면 박사학위를 주는 제도가 있어 회사에 다니면서 학위를 받는 게 가능했다. 연구논문 주제로 갈륨나이트라이드(GaN)를 재료로 한 청색 LED 개발을 잡았다. “연구가 많이 된 징크셀레나이드(ZnSe) 방식으로는 논문 통과가 쉽지 않을 것 같았다”는 이유에서다. 나카무라 교수는 “GaN 방식은 결함이 많아 LED 소재로 적합하다고 생각한 사람이 드물었는데 여기서 ‘의외로’ 청색 LED가 개발됐다”고 했다. 그는 1993년 이를 특허 등록했고 노벨상까지 받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노벨상 발표 직후 일본에 대한 서운함이 컸다고 한다. 일본 언론과 학계, 정부에서 모두 그를 ‘제조 기술로 수상했다’고 폄하했기 때문이다. 그는 “당시 공동으로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아카사키 이사무 메이조대 교수와 아마노 히로시 나고야대 교수는 청색 LED를 발명했다 하고, 나는 제조공정만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제조공정을 개발하는 수준으로는 노벨상 수상이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명백히 사실관계가 틀렸고 명예도 훼손돼 소송까지 검토했으나 실익이 없다고 판단해 포기했다.

LED산업에 대한 전망도 내놨다. 공기를 살균하고 물을 정화하는 데 탁월한 성능이 있는 자외선 LED 분야가 유망하다고 봤다. 나카무라 교수는 “한국이 메르스사태로 힘들었는데 고효율 UV LED를 잘 활용하면 이런 문제를 사전에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