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아르헨티나 대선에서 우파 마우리시오 마크리 후보가 당선돼 세계 언론의 주목을 끌었다. 서방의 관심은 아르헨티나가 마침내 페로니즘(Peronism)의 70년 수렁에서 벗어날 것인가 하는 데 집중됐다. 아르헨티나 국민이 대책없는 복지보다 성장과 일자리를 택한 것은 의미심장한 사건임이 분명하다. 동시에 또 다른 관심사는 반미(反美) 포퓰리즘으로 연대한 남미 좌파벨트의 와해 조짐이다.

뉴밀레니엄을 외치던 2000년께부터 남미에서는 좌파정부가 줄줄이 들어섰다. 1999년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정권이 80%에 이르는 빈곤층 지지로 집권한 것이 원조 격이었다. 이후 2002년 브라질의 룰라, 2003년 아르헨티나 키르치네르, 2004년 우루과이 바스케스, 2005년 칠레 바첼레트와 볼리비아의 모랄레스 정권 등이 모두 인기영합주의에 기반한 좌파정권들이다. 남미 12개국 중 콜롬비아와 파라과이를 뺀 10개국에서 좌파정권이 들어서자 ‘분홍 물결(pink tide)’이란 신조어까지 나왔다. ‘붉은 물결’의 드러내놓은 공산주의 정권은 아니었지만 최근 15년여 동안 남미의 좌경화는 거대한 유행처럼 급속하게 진행됐다.

하지만 ‘신자유주의 반대’ ‘반미’를 외친 좌파 정권들은 권력 10년에서 내몰릴 위기에 처했다. 아르헨티나에서 기업인 출신의 정권이 집권하게 되면서 남미 좌파지대의 균열은 이미 시작됐다. 자원수출에만 기댄 복지 재정의 취약성(베네수엘라), 정권의 부패(칠레) 등 여러 원인이 거론된다. 하지만 근본은 포퓰리즘에 기댄 좌파들의 한계가 자연스럽게 드러났다는 점이다. 무작정 복지, 반(反)개방, 인기영합적 선동주의가 지속될 수는 없다. 칠레의 어머니로 불리던 바첼레트도 첫 임기를 마친 2010년 85%의 지지율이 지금은 24%대로 내려갔다. 브라질 호세프도 재정고갈에 부패스캔들까지 겹쳐 지지율이 10%를 밑돌자 탄핵을 걱정할 지경이 됐다.

남미의 선동주의 좌파가 정치적 생명을 다했다. 세계경제가 불확실해지면서 자원시장의 진폭이 커져 재정이 취약해질수록 국민의 변화요구는 한층 커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