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수학자 제임스 쇼트가 18세기 말 제작한 반사망원경(사진 위)과 영국 화가 조지프 라이트가 그린 ‘태양계 모형을 강의하는 철학자’. 영국국립과학관·영국 예일 미술센터 제공
영국 수학자 제임스 쇼트가 18세기 말 제작한 반사망원경(사진 위)과 영국 화가 조지프 라이트가 그린 ‘태양계 모형을 강의하는 철학자’. 영국국립과학관·영국 예일 미술센터 제공
영국왕립학회는 1660년에 설립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과학 학술단체로 꼽힌다. 빛의 본질을 밝힌 아이작 뉴턴의 이중프리즘 실험, 헨리 캐번디시의 중력 측정 실험, 윌리엄 허셜의 적외선 복사 실험 등 근대 과학 혁명의 산실 역할을 했다. 뉴턴을 비롯해 진화론 창시자인 찰스 다윈, 전자기학의 개념을 확립한 마이클 패러데이, 상대성 이론을 제창한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역대 주요 회원으로 활약했다.

현대 과학의 토대가 된 영국 근대 과학의 발자취를 보여주는 전시회가 국내에서 열린다. 대전 국립중앙과학관에서 내년 2월28일까지 계속되는 ‘영국왕립학회, 영국국립과학관 소장품전-뉴턴과 세상을 바꾼 위대한 실험들’에는 영국왕립학회 및 왕실이 소장한 17~19세기 희귀 과학실험장치와 자료를 총망라해 전시한다. 2013년 박근혜 대통령의 영국 방문 당시 영국왕립학회와 교류협정을 맺은 후 첫 결실로 열리는 전시회로, 영국왕립학회와 영국국립과학관이 보유한 소장품 및 자료 183점이 소개된다.

특히 뉴턴의 프리즘 실험을 비롯해 근대 과학을 꽃피운 10가지 주요 실험의 희귀 자료가 눈길을 끈다. 영국왕립학회에 보고된 실험들이다. 뉴턴은 유리로 제작한 프리즘 속으로 빛을 통과시켜 무지개를 만들었다. 이전까지는 물체마다 고유한 빛과 색깔이 있다고 여겨왔다. 하지만 뉴턴은 이 실험을 통해 백색광이 서로 다른 굴절률을 지닌 광선들로 구성된다는 점을 입증하면서 햇빛이 여러 가지 색의 혼합이라는 것을 밝혀냈다. 전시회에는 뉴턴이 1672년 영국왕립학회에 이 결과를 친필로 보고한 편지가 그의 머리카락, 반사망원경 등과 함께 전시된다.

뉴턴에서 프랭클린까지…세상을 바꾼 실험, 그리고 과학 도구들
1789년 영국의 과학자 헨리 캐번디시가 지구 질량을 측정하기 위해 활용한 장치 도면도 공개된다. 캐번디시는 막대기 양 끝에 작은 금속공을 달아 마치 천칭 저울처럼 실로 매달았다. 작은 금속공 옆에 큰 금속공을 놓고 공 사이에 작용하는 인력에 의해 막대기가 비틀리는 정도를 측정했다. 비틀림 정도를 통해 그는 만유인력 상수를 얻었으며 이것으로 지구의 질량을 정확히 계산했다. 번개가 전기와 동일하다는 가설을 증명한 벤저민 프랭클린이 개발한 전기로 작동하는 장치도 전시된다. 프랭클린은 1752년 번개가 치던 하늘에 연을 띄워 전기를 흘러내리게 하는 ‘필라델피아 실험’에 성공했고, 과학적인 전기 연구 시대를 열었다. 이 밖에 빛이 파동 성질을 갖는다는 사실을 2개의 작은 틈을 가진 판을 이용해 입증한 토머스 영이 그린 개념도와 에드워드 제너에 앞서 천연두 예방접종 요법을 개발한 터키 의사 엠마누엘 티모니가 치료 효과를 입증했다며 영국왕립학회에 보낸 서신도 볼 수 있다.

과학 컬렉터로 유명한 조지 3세의 소장품 138점이 영국이 아닌 나라에서 공개되기는 처음이다. 18~19세기 실험과 관찰을 중시하는 풍조가 널리 확대되면서 시간, 방위, 온도를 재거나 먼 우주와 미시 세계를 들여다보기 위해 고안된 과학 실험 장치들이다. 1700년대 중반 개발한 측량장치인 경위의와 은 합금으로 만든 현미경 등 고전 과학기기들도 볼 수 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