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동영상 스트리밍(온라인 실시간 재생) 업체인 넷플릭스의 한국 상륙이 임박했다. 내년 초 한국 진출을 앞두고 국내 언론을 대상으로 서비스 시연회를 여는 등 시장 공략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최근 국내 유료방송업계는 격변기를 맞고 있다.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하는 등 미디어 산업 재편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넷플릭스의 국내 협력사 선정을 둘러싼 물밑 경쟁도 치열하다.

일각에선 넷플릭스의 한국 진출이 ‘찻잔 속 태풍’에 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넷플릭스가 보유한 콘텐츠가 국내 소비자 취향에 맞지 않는 데다 서비스 가격도 상대적으로 비싸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넷플릭스, 한국 파트너 찾기 어렵네
◆콘텐츠·가격이 ‘최대 관건’

‘미디어계의 이케아’로 불리는 넷플릭스는 세계 60여개국에서 6900만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다. 2017년까지 200여개국에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세계 시장 공략의 고삐를 죄고 있다.

넷플릭스는 방대한 콘텐츠와 혁신적인 서비스 모델, 싼 가격을 무기로 미국 시장에서 ‘코드 커팅(cord cutting)’을 확산시켰다. 코드 커팅이란 유선방송 가입을 해지하고 스트리밍 또는 주문형비디오(VOD)로 동영상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을 말한다. 코트 커팅의 확산으로 미국 미디어산업은 급속도로 재편되고 있다.

넷플릭스 서비스는 월정액제다. 매월 일정한 요금을 내면 TV는 물론 태블릿PC 스마트폰 등 인터넷에 연결할 수 있는 기기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콘텐츠를 볼 수 있다. 국내 유료방송과 크게 다르지 않다. 차별화 포인트는 영화 등 콘텐츠를 추가 요금 없이 볼 수 있고 광고와 약정이 없다는 점이다. 클릭 한 번이면 서비스 해지가 가능하다. 추천 알고리즘을 적용한 개인화 서비스도 강점으로 꼽힌다. 예컨대 자녀용 계정으로 들어가면 어린이용 콘텐츠를 추천해주는 식이다.

국내 진출 파급력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새로운 콘텐츠와 서비스 방식으로 상당한 파장을 몰고 올 것이란 관측과 국내 시장에서는 안착하기 어려울 것이란 예상이 공존한다. 콘텐츠와 가격이 최대 관건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국에선 지상파TV 콘텐츠 선호도가 높다. 넷플릭스가 제공하는 미국 드라마는 일부 마니아층만 즐겨 본다. 국내 유료방송 가격이 미국보다 훨씬 싼 것도 걸림돌이다. 이상우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는 “미국은 유료방송 월평균 가격이 80달러(약 9만1000원)로 넷플릭스(최저 7.99달러·약 9100원)와 격차가 크지만 국내 유료방송은 6000~7000원 안팎에 불과해 넷플리스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며 “파급 효과가 예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협력사 선정 ‘진통’

넷플릭스는 인터넷TV(IPTV) 서비스를 제공하는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와 손잡고 국내 시장에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협상 과정에서 진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9일 넷플릭스는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서비스와 콘텐츠를 소개하는 행사를 열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가 서비스 시연회를 연 것은 통신사와의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것”이라며 “수익배분 문제를 둘러싸고 의견 차가 크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너선 프리드랜드 넷플릭스 커뮤니케이션 총괄 책임자는 “세계 각국의 통신사와 늘 서로 합의할 만한 수준의 결과에 도달했고 한국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내년 초 한국 서비스 개시 일정에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협력사와 관련해선 “협력사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며 “넷플릭스 는 인터넷만 연결되면 어떤 기기를 통해서도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