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수남 "불행을 감사한 추억으로 만들면 행복이 된다"
“불행은 누가 주는 게 아닙니다. 스스로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달려 있죠.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감사한 추억’으로 만들어보세요. 그러면 불행이라 여겨질 일도 행복으로 바뀝니다.”

올해로 ‘7학년 3반’이 된 가수 서수남 씨(73·사진)는 2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보건복지부 주최로 열린 ‘제8회 치매극복의 날’ 기념 토크콘서트에서 자신과 비슷한 또래거나 그 이상 연배의 노인들에게 이같이 말했다. 그는 현재 미국에 거주하는 하청일 씨와 1970~1980년대 듀오로 활동하던 시절 히트곡인 ‘동물농장’과 ‘팔도유람’ ‘과수원길’ 등의 노래를 들려주며 자신의 삶 이야기를 풀어갔다.

서씨는 “불행은 정말 예기치 않게 하루아침에 찾아온다”며 “2000년 전처가 16억원의 빚을 남긴 채 내 곁을 떠났을 때가 딱 그랬다”고 털어놓았다.

그 후 8년 동안 좌절감을 이기지 못하고 방황했던 그를 다시 일으켜세운 건 당시 함께 지낸 어머니였다. “어머니께선 국민학교밖에 나오지 못하셨는데 참 지혜로우셨어요. 26세에 과부가 되셨는데도 3대 독자인 저를 반듯하게 키우셨죠. ‘몸뚱아리 하나 살아 있으면 감사한 것이고, 못해 낼 일이 없다’고 가르쳐주셨어요. 그게 제 평생의 지표가 됐습니다.”

그는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노래가 필요한 공간이라면 어디든 달려갔다. 독거노인이나 결손가정 아동 등 평소 문화생활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소외계층을 위해 자신의 재능을 기부했다. 특히 2009년부터 아프리카 우간다 어린이 돕기 자원봉사 활동에 꾸준히 나서고 있다. 서씨는 “누군가를 도우면서 나 자신도 큰 힘과 위로를 받는다는 걸 배웠다”고 말했다.

이날 서씨가 가장 강조한 건 “언제나 즐겁고 여유로운 마음을 잊지 말라”는 것이었다. 그는 “‘큰 사랑은 받지 못해도 좋아하는 일을 하며 먹고살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행복하다’고 생각하며 일해왔는데 그런 다짐이 지금까지 가수로 일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었다”며 “1등만을 목표로 했다면 50년 동안 음악하며 살지 못했을 것 같다”고 했다. 또 “아무리 눈앞에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져 있어도 여유가 없으면 결코 그 풍경을 볼 수 없다”며 “마음에 근심과 염려, 증오만이 가득하다면 웃을 수 없고, 건강하게 살 수 없다”고 덧붙였다.

“사실 치매에 대해선 개인적으로 겪은 경험은 없다”고 말한 서씨는 “치매가 온다 해도 그 또한 ‘추억’으로 만든다면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매사를 ‘져주면 이긴다’는 마음으로 해결해가면 싸움이 일어날 일이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토크콘서트 말미에 이렇게 말했다. “저는 불행의 기억을 조금씩 지워가면서 살고 있어요. 그게 마음이 편하니까요. 저도 이제 ‘7학년’이고, 여러분도 인생을 멋지게 마무리할 단계에 와 있잖아요. 우리 건강하게, 하늘나라 가기 전날까지 함께 즐겁게 살다 갑시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