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지수 연계 ELS '경고등'…과열 땐 발행 제한
금융당국이 ‘국민 재테크 상품’으로 떠오르며 100조원 규모로 커진 주가연계증권(ELS) 등 파생결합증권에 대해 경계경보를 울렸다. 글로벌 증시 불안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특정상품에 자금이 쏠리면 시장 변동성을 심화시킬 뿐 아니라 투자자 피해도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 중 중국 증시 영향을 받는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와 연계한 ELS에 대해선 ‘노란불이 켜졌다’고 쏠림 위험을 경고하며 사실상 증권 발행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ELS 위험 커지면 발행 금지”

금융위원회는 27일 파생결합증권에 대해 기초지수별로 모니터링을 강화해 쏠림 위험이 확대되면 해당 증권 발행을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현행법상 금융위에 허용된 ‘조치명령권’을 발동하거나 행정지도를 통해 6개월 등 일정 기간 증권사에 파생결합증권 발행을 금지하겠다는 것이다.

파생결합증권은 유가증권과 파생금융상품이 결합한 형태의 증권으로 주가지수나 개별종목가격, 통화, 금 등 기초자산의 가치변동에 따라 수익이 결정되는 상품이다. 증권사들이 ‘중위험 중수익’ 상품으로 마케팅하면서 저금리시대에 안정적인 재테크 수단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5년간 발행잔액이 4배 이상 급증해 지난 6월 말 기준 잔액은 94조4000억원에 달했다. 원금을 보장하지 않는 ELS 및 기타파생결합증권(DLS)의 발행잔액은 6월 말 기준 61조3000억원으로 전체 발행잔액의 65%를 차지했다. 원금보장형으로 분류되는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와 기타파생결합사채(DLB) 잔액은 33조1000억원으로 35%에 머물렀다.

금융위는 이 중 HSCEI를 기초자산으로 한 파생결합증권을 집중 모니터링할 방침이다. 지수형 ELS의 80%가량은 홍콩에 상장된 중국 본토기업 주가를 지수화한 HSCEI를 기초로 발행된다. 중국 증시가 흔들려 HSCEI가 급락하면 ELS 투자자들이 원금 손실을 입을 수 있다.

HSCEI를 기초자산에 넣은 파생결합증권은 36조3000억원으로 전체 발행잔액의 38.5%에 이른다. 다만 이날 현재 HSCEI는 9863.61포인트로 이 지수와 연계된 ELS가 손실을 보는 구간인 4500~7850포인트를 웃돌고 있어 투자자들의 손실을 크게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당국은 설명했다.

김학수 금융위 자본시장국장은 “HSCEI를 기초로 한 ELS는 현재 노란불이 켜진 상태로 보면 된다”며 “관련 상품 쏠림에 따른 위험이 확대된다고 판단되면 판매 제한 등의 조치에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증권사, 특별계정으로 분리

금융위는 증권사가 파생결합증권으로 조달한 운용자산에 대해서는 특별 계정을 설정해 별도 관리하도록 연내 규정을 개정할 방침이다. 파생결합증권 관련 운용자산은 투자자의 대규모 환매 등에 대비, 증권사 고유계정과 구분해 일종의 ‘꼬리표’를 달아놓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논란이 됐던 절대수익추구형스와프(ARS)에 대해선 증권사 발행을 허용하되 전문투자자에게 사모로만 발행하도록 했다. ARS는 투자자가 구체적인 지수운용 내용을 알기 어렵기 때문에 정보력이 부족한 일반투자자에게 판매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ARS는 원금이 보장되는 ELB에 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주식은 사고(long), 내릴 것 같은 주식을 빌려서 파는 공매도(short)로 차익을 남기는 ‘롱쇼트 전략’을 더한 상품이다.

금융위는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에 대비해 매년 정기적으로 증권사의 유동성·건전성에 대한 위험평가(스트레스 테스트)를 시행키로 했다. 올해 유동성 위험평가는 9월 말까지, 건전성 평가는 11월 말까지 마칠 계획이다.

하수정/송형석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