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 살릴 手 있다" 벤처기업협회장 정준의 두 번째 도전
“벤처정신은 남이 가지 않는 길을 가는 것이다.”

정준 쏠리드 사장(사진)이 지난 2월 벤처기업협회장에 오른 뒤 강조한 말이다. 정 회장은 안정된 직장(KT 연구소)을 박차고 나와 1998년 통신장비 기업 쏠리드를 창업했다. 창업 16년 만인 지난해 매출 2000억원대 중견기업으로 쏠리드를 키워냈다.

이번에 정 사장은 스마트폰 제조사 팬택 인수에 나섰다. 두 번째 도전인 셈이다. 팬택을 휴대폰 부품업체 옵티스와 제휴해 40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옵티스가 먼저 인수 발표를 했지만 주도권은 쏠리드가 쥐었다. 80억원의 이행보증금 가운데 쏠리드는 60억원을 냈다. 옵티스는 20억원만 부담했다. 쏠리드는 이 비율대로는 아니더라도 팬택의 최대주주가 될 예정이다.

지금까지는 정 사장의 도전에 대해 ‘무모하다’는 반응이 많다. LG전자조차 스마트폰 시장에서 한 번 뒤처지고 난 뒤 회복이 안 되는데 팬택을 정상화시킬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이다. 팬택 인수 발표를 한 지난 17일 쏠리드 주가는 8% 넘게 급락하기도 했다. 정보통신부 장관을 지낸 진대제 스카이레이크 회장도 옵티스 이사회에서 팬택 인수를 반대했다. 스카이레이크는 옵티스의 주요 투자자다.

정 회장은 그러나 “살릴 수 있다”고 말한다. 삼성전자 애플 등과 정면으로 부딪쳐 경쟁하는 기존 전략은 포기할 계획이다. 대신 이들 기업의 손이 미치지 않는 ‘틈새시장’을 공략한다는 구상이다. “인도네시아 등 신흥 시장에 특화된 중저가 스마트폰을 내놓는 게 가능하다”고 했다. 제조 부문도 과감히 포기할 뜻을 내비쳤다. 정 회장은 “제조는 베트남 등 동남아에 있는 전문기업에 맡기고 연구개발(R&D)에 보다 집중할 계획”이라고 했다.

정 회장은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래서 팬택을 살리기 위한 벤처정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인도네시아 스마트폰 시장 진출 가능성을 점검하기 위해 23일 현지로 떠났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