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서울에서 강서·성북·강동구 등 비(非)강남권 3개 구가 전세 및 매매 가격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강남권이 시세 상승을 주도하던 2000년대 패턴과는 크게 달라진 모습이다. 30~40대가 집값과 전셋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지역으로 몰리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부동산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강서·성북·강동구가 서울 집값 밀어올렸다
○강동·강서·성북이 가장 많이 올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매매 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 곳은 강동구(상승률 2.19%)다. 이어 강서구(1.77%), 서초구(1.76%), 성북·노원구(1.63%) 등의 순이었다.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3구 중에선 유일하게 재건축 이주 수요가 많은 서초구만 상위 5위권에 들었다. 강남구는 1.56%, 송파구는 0.8% 상승에 그쳤다.

전셋값 상승도 강동·강서·성북 등 3개 구가 주도했다. 같은 기간 전셋값 상승률 상위 5개 지역을 보면 강동구(5.01%), 서초구(4.86%), 강서구(4.82%), 성북구(4.52%), 서대문구(3.16%) 등이다. 강동·강서·성북 등 3개 구는 매매·전세 모두 상위 5위권에 들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강남이 집값 상승을 주도하던 2000년대 패턴이 완전히 깨졌다고 진단한다. 안동건 부동산차트연구소 소장은 “재건축 이주 재료가 있는 서초구를 제외하면 비강남권의 저렴한 곳이 시세 상승을 이끌고 있다”며 “30~40대 실수요자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지역을 찾아 이동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강서·성북구 등의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은 서울 전체에서 중·하위권이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성북구의 ㎡당 평균 아파트 매매 가격은 460만원으로, 서울 평균(602만원)에 크게 못 미친다. 강서구 역시 474만원에 그쳤다.

○지역 호재도 가세

수도권 동북부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강동구에선 재건축이 호재가 되고 있다. 이 지역 전셋값은 고덕주공2단지(2600가구)와 고덕주공4단지(410가구)가 재건축을 위한 이주에 나서면서 급등했다. 이는 인근 경기 하남시(5.97%), 구리시(3.73%), 남양주시(3.68%) 등의 전셋값에도 영향을 미쳤다. 장윤경 고덕공인 대표는 “재건축이 가시화하면서 매매 가격도 작년 연말에 비해 평균적으로 5000만원 안팎 상승했다”고 전했다.

수도권 서남부 시장을 이끌고 있는 강서구는 서울 지하철 9호선과 마곡단지 개발이 호재로 작용했다. 마곡지구에는 LG 롯데 이랜드 등 대기업과 중소기업 연구개발(R&D) 단지가 대거 들어선다. 고급 인력의 주거 수요가 늘면서 중산층 주거단지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또 9호선 개통으로 강남권 이동도 편리해졌다. 인근 마곡공인 관계자는 “강서구 전세 및 매매 가격이 동반 상승하자 전세 난민들이 주변으로 빠져나갔다”며 “이 영향으로 경기 김포, 인천 서구 일대 전셋값이 올랐다”고 설명했다.

서울 지하철 4호선 라인 전셋값을 이끌고 있는 성북구는 도심 접근성이 뛰어난 데 반해 상대적으로 집값과 전셋값이 저렴한 게 호재였다고 인근 중개업소들은 말했다. 길음동 랜드공인 관계자는 “길음 뉴타운 소재 아파트들이 상승을 주도했다”며 “여기서 밀려난 이들이 주변으로 이동하면서 지하철 노선을 따라 강북·노원·도봉구 등의 전셋값도 올랐다”고 설명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