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色) 인테리어 시대…안방 공략하는 페인트업계
지난달 19일 밤 CJ오쇼핑에선 노루페인트가 ‘컬러하우징(페인트 시공)’이라는 상품을 선보였다. 단순히 페인트를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주문자의 집 분위기에 맞춰 각 방의 색상 디자인, 시공, 사후 관리까지 제공하는 종합 서비스였다. 가격은 300만원 선으로 고가였지만 주문전화가 1068건이나 걸려왔다.

국내 주요 페인트 제조업체들이 직접 소비자를 찾아 나서고 있다.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건설사, 조선사, 인테리어업자 등 주요 납품처만 의존해선 성장이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시공업자에게 맡기던 페인트칠을 직접 하겠다는 소비자가 늘어난 것도 이들이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인테리어 페인트 시장에 직접 뛰어든 이유다.

◆집안에서 길을 찾은 페인트

13일 서울 대치동에 있는 ‘홈앤톤즈(Home&Tones·사진)’. 주부 열댓 명이 나무 박스에 열심히 페인트칠을 하고 있었다. 한 30대 주부는 “우려했던 것보다 냄새가 안 나며 색상이 다양해 집에서 직접 칠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곳에선 17일까지 페인트와 미술, 음악이 융합된 ‘믹싱아트 전시회’가 열린다.

삼화페인트가 2013년 말 개장한 홈앤톤즈는 공간(홈)에 색상(톤즈)을 담는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아토피를 앓는 아이들에게도 쓸 수 있는 프리미엄 친환경 페인트로 내부를 칠한 이곳에선 인테리어 색상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 컨설팅해 준다. 페인트로 그린 그림을 걸어놓은 강의실에선 가정에서 페인트를 활용해 장식하는 수업을 무료로 진행한다. 지난해 870명이 수강했으며 수업을 받으려면 한 달 이상 기다려야 한다.

가족 단위 방문객이 늘자 올해 2호점을 낼 계획이다. 허성 삼화페인트 사장은 “과거 굴뚝산업이었던 페인트업의 본질이 바뀌고 있다”며 “앞으로 페인트는 소비자들의 안방과 서재까지 들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커지는 시장, 다양해진 제품

인테리어용 페인트 시장은 300억원 규모다. 3조원인 전체 페인트산업에 비하면 규모가 작지만 업계는 이 시장이 매년 성장하고 있어 조만간 수천억원대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주택 거래량 증가와 전셋값 상승으로 인한 이사 증가도 인테리어용 페인트 수요를 늘리는 요인이다.

벽지와 비교했을 때 인테리어용 페인트는 경쟁력이 있다. 다양한 색깔을 갖춘 데다 상대적으로 가격도 저렴하다. 노루페인트는 2100여개, 삼화페인트는 950여가지 컬러를 조색한다. 잘못 바르면 네다섯 차례 덧바를 수 있다. 20평대 아파트의 거실 벽면 한쪽(6㎡)을 칠하는 페인트 한 통은 1만~2만원이다.

업체들은 연구개발(R&D)을 통해 다양한 제품을 내놓고 있다. 화이트보드처럼 쓸 수 있는 ‘스케치페인트(삼화페인트)’, 유리에 페인트를 입히면 단열 기능을 발휘하는 ‘큐피트(노루페인트)’, ‘곰팡이 방지 페인트(조광페인트)’ 등 기능성 페인트가 나오고 있다. 페인트 통을 쌓아놓고 팔던 기존 대리점에서 벗어나 홈쇼핑, 온라인몰, 전용매장 등 판매처도 다양해졌다.

노루페인트는 홈쇼핑 반응이 뜨겁자 올해 10여차례 더 판매할 계획이다. 김수경 노루페인트 사장은 “유통 채널을 다양화해 앞으로 모든 집안에 페인트를 응용하는 ‘인테리어 서비스사업’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