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일을 해온 사내하도급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근로 지위에 대한 법원 판결이 상반되게 나오고 있다. 통상임금에 이어 또 한 번 산업계를 혼란에 빠뜨릴 수 있는 판결이다. 한경 보도(5월4일자 A1, 8면)에 따르면 최근 광주고법은 금호타이어의 사내하도급업체 근로자 132명이 제기한 정규직 지위확인 소송에서 근로자들 손을 들어줬다. 한국타이어 사내하도급업체 직원 4명이 낸 같은 종류의 소송에서 서울중앙지법이 내린 판결과는 정반대였다.

법원의 판결은 사안의 구체성에 따라 다를 수도 있어 한마디로 평가할 수는 없다. 고용 관련법과 규정들이 워낙 복잡하기 짝이 없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광주고법은 개별 업무조건이 다른 132명 전원을 일괄로 금호타이어 정규 직원이라고 판단했다. 하도급 업무가 파견근로 형태로 변했으니 정규직으로 채용하라는 것이었다. 시설 이용, 복지후생비 지급 등 광주고법이 불법파견이라고 본 근거들에 대해 서울중앙지법은 정상적 파견근로의 판단 잣대로 삼았다. 광주고법의 오류라면 대법원에서 바로잡힐 테지만 소송비용과 시간이 무한정 든다.

제각각의 판결이 이어지면 관련 소송이 봇물 터지듯 할 가능성도 있다. 통상임금 계산법을 놓고도 소송이 줄을 이었다. 법원에 따라 대기업체 정규직이 될 수도 있는 소송을 마다할 이유가 있겠는가. 일관성 없는 법원 판결도 문제지만, 정부의 규정만능주의가 초래한 혼란이다. 파견근로는 경비 청소 등 32개 업종으로만 제한돼 있다. 사내하도급 제도로 이를 보완한다지만 두 제도의 경계가 모호해 엇갈린 판결이 나오게 된다. 고용의 형태는 당사자인 기업과 근로자가 자율적으로 계약하면 그만이다. 온갖 세세한 규정을 무리하게 해놓으니 법원조차도 판단이 어렵고 사적 자치도 무너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