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희영이 1일 태국 파타야의 시암CC에서 열린 미국 LPGA투어 혼다타일랜드 시상식에서 우승컵에 입을 맞추고 있다. AFP연합뉴스
양희영이 1일 태국 파타야의 시암CC에서 열린 미국 LPGA투어 혼다타일랜드 시상식에서 우승컵에 입을 맞추고 있다. AFP연합뉴스
양희영(26)이 미국 LPGA투어 혼다타일랜드(총상금 150만달러)에서 절정의 아이언샷을 내세워 ‘미국의 자존심’ 스테이시 루이스(미국)를 무너뜨렸다.

양희영은 1일 태국 파타야의 시암CC 올드코스(파72·6548야드)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날 버디 5개, 보기 2개로 3언더파 69타를 쳐 최종합계 15언더파 273타로 세계 랭킹 3위 루이스에 2타 차 역전 우승을 일궈냈다. 2013년 10월 하나·외환챔피언십에서 데뷔 6년 만에 첫승을 따낸 지 17개월 만에 두 번째 우승컵을 안았다. 우승 상금 22만5000달러(약 2억5000만원)를 받은 양희영은 시즌 상금 41만2358달러로 상금 랭킹 선두에 나섰다.

양희영은 지난주 호주여자오픈에서 막판 짧은 파 퍼트를 놓치며 리디아 고(뉴질랜드)에 2타 뒤진 준우승에 머문 아픔을 씻었다. 이로써 한국 선수들은 시즌 4개 대회에서 3승을 합작하며 상승세를 이어가게 됐다.

○양희영, 1m 버디 찬스만 6개

양희영 '미 자존심' 루이스 꺾고 역전 우승
폭염 속에서 열린 최종일 경기에서 양희영은 1m 버디 찬스만 6차례 만들어 내 4개의 버디를 노획할 정도로 ‘송곳 샷’을 과시했다. 합계 12언더파로 1타 차 2위로 출발한 양희영이 1번홀(파5)에서 1m 버디를 잡자 루이스는 3번홀(파4) 버디로 응수하며 1타 차 선두를 지켰다. 5번홀(파4)에서 루이스가 짧은 파 퍼트에 실패하며 공동 선두를 허용하자 양희영은 6번홀(파4)에서 1m 버디를 잡으며 1타 차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갔다.

두 선수는 7번홀(파5)에서 나란히 1m 안팎의 버디를 추가했다. 양희영은 8번홀(파3)에서 1m 버디 기회를 아쉽게 놓쳤으나 10번홀(파5)에서 4m 버디를 성공시키며 2타 차로 달아났다. 양희영은 11번홀(파4)에서 1m 버디 찬스를 맞았으나 넣지 못했다.

14번홀(파4)에서 위기가 찾아왔다. 티샷이 밀리며 나무숲 아래로 떨어진 뒤 레이업을 시도한 두 번째 샷마저 벙커로 들어갔다. 세 번째 벙커샷은 그린에지에 머물렀고 네 번째 샷을 홀 옆에 붙여 간신히 보기로 홀아웃했다. 루이스는 이 틈을 놓치지 않고 8m짜리 긴 버디 퍼트를 떨구며 공동 선두를 이루는 데 성공했다.

○루이스, 15번홀서 더블보기로 무너져

승부의 추가 루이스 쪽으로 기우는 것이 아닌가 싶었으나 바로 다음홀에서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양희영이 짧은 파4홀인 15번홀에서 두 번째 웨지샷을 홀 1m 옆에 붙이자 갤러리들의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이를 지켜보던 루이스는 흔들렸는지 어이없는 실수를 범했다. 50야드 정도를 남겨두고 두 번째 샷한 공이 그린을 훌쩍 넘어갔다. 세 번째 어프로치샷은 뒤땅치기가 나오며 5m 전진하는 데 그쳤다. 네 번째 샷도 그린에 올리지 못하며 ‘5온1퍼트’ 더블보기를 했다. 반면 양희영은 침착하게 버디를 성공시켜 단숨에 3타 차 단독 선두가 됐다.

양희영은 16번홀(파3)에서 3퍼트 보기를 해 2타 차 선두가 된 뒤 17번홀(파4)에서 살떨리는 2m 파 퍼팅을 성공시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18번홀(파5)에서는 두 번째 샷이 그린 옆 벙커로 들어갔으나 ‘3온2퍼트’의 파로 마무리하며 우승을 확정지었다.

양희영은 “지난 시즌 마지막 3개 대회는 정신적으로 매우 힘들어 불참했다”며 “그때는 내가 골프를 싫어하는 줄 알았지만 몇 개 대회에 불참하며 쉬어보니 정말 골프가 치고 싶어졌다”고 말했다. 지난주 우승에 실패했던 그는 “사실 그때 너무 아쉬워서 빨리 다시 대회에 나가고 싶었고, 또 실수해도 좋으니 다시 해보고 싶은 마음이었다”며 “더 열심히 해서 올림픽 출전의 꿈을 이루는 것이 새로운 목표”라고 설명했다. 양희영은 2006년 호주에서 골프 유학 중이던 아마추어 시절 16세192일의 나이로 레이디스유러피언투어 ANZ레이디스마스터스에서 투어 최연소 우승 기록을 세운 바 있다. 양희영의 아버지(양준모)는 카누, 어머니(장선희)는 창던지기 국가대표 선수 출신이다.

○김세영, 박인비 7언더파 몰아쳐

이미림(25·NH투자증권)은 이날 3타를 줄여 합계 13언더파로 루이스, 청야니(대만)와 공동 2위에 이름을 올렸다. 김세영(22·미래에셋)과 세계 랭킹 2위 박인비(27·KB금융그룹)는 나란히 보기 없이 버디 7개를 노획하며 7언더파 65타를 몰아치는 뒷심을 발휘했다.

김효주(20·롯데)는 이날 2타를 줄여 합계 7언더파 공동 23위로 투어 공식 데뷔전을 마쳤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