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쑥 크는 핀테크 시장…골드만삭스도 '노크'
글로벌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와 소시에테제네랄(SG)이 ‘핀테크(금융+기술)’의 일종인 P2P(개인 간) 금융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8일(현지시간) 이들 금융사가 미국과 유럽에서 P2P 사업을 하는 신생업체 아즈텍머니에 대한 투자를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즈텍머니는 급전이 필요한 소상공인과 소액 투자자를 연결해 주는 회사다. 주로 대형 기관투자가와 대기업을 고객으로 하는 글로벌 IB가 핀테크를 활용해 점포 설치 등의 부담으로 다가가지 못했던 영역까지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핀테크로 보폭 넓히는 골드만삭스

2013년 아일랜드에서 창업한 아즈텍머니는 지금까지 수억 건의 P2P 대출을 성사시켰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미수채권이나 송장을 아즈텍머니의 인터넷사이트에 올리면 개인들은 이를 참고해 돈을 빌려줄 대상을 고르는 방식이다. 중간에 은행을 거치지 않아 기업은 좀 더 싼 이자로 돈을 빌리고 개인은 더 많은 자금 대여수익을 올릴 수 있다.

소상공인이나 개인에 대한 대출은 전통적으로 상업은행들의 영역이었다. 골드만삭스와 SG가 어떤 형태로 아즈텍머니에 투자할지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자본시장과 무관한 P2P 회사에 관심을 보이면서 IB들이 앞으로 핀테크를 통해 상업은행 업무영역까지 넘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수익이 예상되면 어떤 영역이든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IB의 특성상 골드만삭스의 핀테크 투자는 일단 성장성에 주목한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사업 영역을 넓히기 위한 시장 선점의 의미도 있다”고 분석했다.

◆늘어나는 P2P·은행 제휴

상업은행과 P2P금융사 간 제휴도 작년부터 본격화되고 있다. 산탄데르 은행과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는 지난주 영국 P2P금융사 펀딩서클에 법인 금융정보를 제공하는 대가로 RBS의 개인 대출 상품을 펀딩서클을 통해 판매하기로 했다. 미국 P2P금융사 렌딩클럽은 미국 지역은행들과 연합해 자금 대출자와 대부자를 모집하고 있다.

상업은행과 IB들이 모두 P2P시장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빠른 성장세 때문이다. 렌딩클럽이 작년 상반기 대출자와 대부자를 연결해 주고 수수료로 벌어들인 수입이 8690만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3710만달러)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P2P금융협회에 따르면 올해 미국에서 80억달러(약 8조7400억원), 영국에서는 25억파운드(약 4조1400억원)의 P2P 대출이 집행될 전망이다.

상업은행들엔 P2P 시장의 성장이 위협이다. 소상공인과 개인대출자 등 전통적인 고객 기반이 잠식당하기 때문이다. 2003년 1만1690개인 영국 내 은행 지점 수는 2013년 9700개까지 줄었다. 미국에서는 2013년 한 해에만 1487개의 은행 점포가 문을 닫았다. FT는 “금융회사들이 전통 금융의 영역을 잠식하는 기술 발전을 피하기보다 끌어안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전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