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선주 "女 성공하려면 남성보다 더 현장을 박박 기어라"
“여성이 직장에서 성공하려면 남성보다 더 현장을 박박 기어야 합니다.”

3일 오후 3시 서울 잠실 롯데호텔 3층 크리스탈볼룸. 롯데그룹의 과장급 이상 여성 간부 750명을 대상으로 강연에 나선 권선주 기업은행장(사진)의 목소리는 부드러우면서도 힘이 넘쳤다. 이 행사는 롯데그룹이 여성 인재 육성을 위해 마련한 ‘와우(WOW, Way of Woman) 포럼’으로, 올해 세 번째를 맞았다.

‘행복한 성공을 꿈꿔라’를 주제로 강연에 나선 권 행장은 “여기 있는 여성 간부는 모두 자기 분야가 있겠지만 그것만으로 차별화된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며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우리 회사(기업은행)를 예로 든다면 현장 전문가가 돼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제가 36년간 은행생활을 하면서 25년을 영업점에서 일했죠. 현장에서 고객으로부터 사랑받고 인정받아야 기업에서 성공할 수 있어요.”

그는 최고경영자 클럽 행사에서 골프를 칠때 마커에 고객회사 로고를 넣는다고 소개했다. 또 고객과 부부 동반 행사 시에는 참가 부부의 사진을 미리 구해 와인 병에 붙여 선물했다는 일화도 전했다. 권 행장은 “작은 일에도 정성을 쏟아야 고객이 감동받는다”고 말했다.

권 행장은 여성 직장인들은 문제해결 능력이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여성은 대개 꼼꼼하므로 디테일에 강하다고 생각하지만 사고를 촘촘히 가져가야 진정으로 디테일에 강한 간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부하 직원의 발전 방향에 대해 늘 소통하고 상담해야 합니다. 이 과정을 거쳐야 신뢰가 생기고 사람들의 마음을 모아 한 방향으로 갈 수 있습니다. 저의 리더십을 ‘마더십’이라고 부르는데 수평적 인간관계가 중시되는 요즘엔 분명한 장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권 행장은 소통 방법론도 강조했다. “진정한 소통은 신뢰에서 시작돼요. 중언부언하거나 남의 말을 옮기지 말아야 합니다. 일부 여성은 말을 옮기는 것이 소통이라고 생각하지만 저는 말을 옮기지 않는 것이 오히려 신뢰를 지키는 방법이라고 봅니다. 비밀을 지켜주면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죠.”

그는 여성 간부에게 작은 성공을 되풀이하는 습관을 키우라고 권했다. 실패를 계속하면 다음에 또 실패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 자신의 지론이라고 했다. “작은 성공을 거듭하는 노력이 필요해요. 이런 훈련을 거쳐 큰 성공을 이룰 수 있어요.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하지만 저는 어떤 식으로든 작은 성공을 계속하라고 조언합니다.”

권 행장은 여성 간부들에게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라는 충고로 강연을 매듭지었다. “저는 저만의 집중하는 시간을 보내려 노력합니다. 12시에 퇴근해도 단 10분, 20분이라도 혼자만의 집중하는 시간을 갖는 거죠. 내일 스케줄, 중요한 보고서, 과제 등에 대해 집중해서 생각하죠. 여러분도 직장인 아내 며느리 엄마 딸 등 1인5역을 하고 있을 텐데 모든 것을 다 잘하려면 집중하고 잘 배분하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이현동 기자 gr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