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억 쓴 롯데…'김효주 효과' 최소 300억
국내외 남녀 프로골프 대회가 대부분 끝나면서 올해 프로골퍼들을 후원한 기업들의 성적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은 19일 소속 선수들의 우승 여부와 활약에 따라 후원 기업들의 성적을 매겼다. 3승 이상을 거둔 선수가 나올 경우 ‘대박’, 2승 이상은 ‘성공’, 1승은 ‘무난’, 무승은 ‘부진’으로 분류했다.

김효주에 15억 쓰고 10~20배 효과

15억 쓴 롯데…'김효주 효과' 최소 300억
올해 최고의 인기를 누린 선수는 김효주다. 김효주는 KLPGA투어에서 메이저 대회 3승을 포함해 5승을 거두면서 상금이 사상 최초로 12억원을 돌파하는 대기록을 수립한 데 이어 올 시즌 KLPGA투어에 걸린 4개 타이틀(대상, 상금왕, 다승왕, 평균타수상)을 독차지했다. 여기에 미국 LPGA투어 메이저 대회인 에비앙챔피언십까지 거머쥐면서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그 덕에 김효주를 후원한 롯데는 ‘함박웃음’ 그 자체였다. 지난해 김효주가 1승도 못 올려 속을 태웠던 것까지 한꺼번에 보상받았다.

롯데는 김효주에게 연 계약금 5억원에다 성적 인센티브로 10억원을 지급했다. 김효주는 우승할 경우 상금의 70%, 5위에 들 경우 50%를 인센티브로 받는다. 이에 따라 국내 우승 상금 8억4000만원, 에비앙챔피언십 우승 상금으로 5억원을 받아 우승 인센티브만 9억3000만원이다. 여기에 ‘톱5’에 6차례 들어 7000만원을 보너스로 받았다. 롯데는 김효주에게 15억원 정도를 투자해 최소한 300억원 이상의 효과를 거둔 것으로 보고 있다.

CJ오쇼핑, 최소 비용 최대 효과

가장 낮은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은 곳은 CJ오쇼핑이다. CJ오쇼핑은 백규정과 김민선의 맹활약으로 대박을 터뜨렸다. 백규정은 KLPGA투어 최고의 메이저 대회인 ‘메트라이프-한경 KLPGA챔피언십’ 우승 등 3승에다 미 LPGA투어 하나·외환챔피언십에서 우승컵을 거머쥐었고 김민선은 시즌 막판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게다가 백규정과 김민선은 막판까지 신인왕 경쟁으로 여론의 주목을 끌어 회사 로고 노출이 극대화됐다.

CJ오쇼핑 관계자는 “올해 성적 인센티브로 6억원 정도 지급했으나 홍보효과를 감안하면 만족스러운 한 해였다”고 평가했다. CJ오쇼핑은 백규정과 김민선을 중학교 시절부터 지켜보면서 일찌감치 인연을 맺어 비교적 ‘저렴한(?)’ 금액으로 내년까지 계약을 맺었다.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라는 마케팅의 모범으로 다른 회사들의 부러움을 사는 이유다.

지난해 6승보다는 못하지만 3승을 올린 박인비의 KB금융그룹, KLPGA투어에서 3승을 올린 전인지의 하이트진로 등도 홍보 효과로 따지면 ‘대박’이었다.

이름없는 기업들, 인지도 ‘쑥쑥’

올해 프로골프 후원으로 주목을 받은 ‘무명 기업’으로는 바이네르와 SBI저축은행을 꼽을 수 있다. 구두회사인 바이네르는 김원길 대표의 아들인 김우현이 KPGA 코리안투어에서 2주 연속 우승하면서 골퍼 사이에 화제가 됐다. ‘아들이 우승하면 대회를 만들겠다’는 약속을 지킨 기업이라는 스토리까지 가미되면서 바이네르의 인지도가 급상승했다. 김 대표는 “동종 업계가 적자로 고생하고 있지만 골프 덕에 매출이 올라갔다”며 “골프 대회를 열면서 7억원 정도를 썼는데 20배 이상의 광고 효과를 봤다”고 말했다.

SBI저축은행도 허윤경의 맹활약으로 이름을 알리는 데 큰 도움을 얻었다. 허윤경은 KLPGA투어에서 2승을 거두며 상금랭킹 2위에 올랐다. 시즌 막판 두 차례 연속 역전패하며 준우승에 그쳤지만 팬들의 안타까움을 사 인기는 오히려 높아졌다.

우리투자증권은 이미림이 미국 LPGA투어에서 2승, 이승현이 KLPGA투어에서 1승을 거두며 성공적인 한 해를 보냈다. 메리츠금융도 박상현의 KPGA 코리안투어 2승으로 후원 효과를 봤다.

최경주·최나연 부진 … SKT 울상

SK텔레콤은 최경주, 김비오, 홍순상, 최나연 등 유명 선수들을 후원했으나 1승도 건지지 못해 우울한 연말을 맞게 됐다. 무명 선수들을 주축으로 ‘한 방’을 노렸던 골프구단들의 성적표도 초라하다. KLPGA투어 6명을 후원한 롯데마트, 4명을 거느린 하이마트는 무승에 그쳤다.

프로골퍼 후원 돌풍을 일으켰던 호반건설, 대방건설, 요진건설 등 ‘건설 3개사’도 우승을 추가하지 못했다. 토니모리는 소속 선수 3명(심현화, 조영란,이은형)이 모두 시드를 잃는 비보를 접해야 했다. 선수 1명씩을 후원한 LG(김자영), 정관장(배선우), 파리게이츠(양수진), 교촌F&B(이정은), 에쓰오일(이정화), 삼천리(홍란) 등도 무승 대열에 합류했다.

골프용품사로는 볼빅이 이미향의 LPGA투어 우승으로 오랜 후원의 보람을 느꼈다. 캘러웨이는 배상문이 막판 PGA투어 2015시즌 개막전 우승에다 신한동해오픈에서 우승해 웃음을 되찾았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