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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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이끌어 줄 부모 같은 멘토를 만들어야 한다. 장래를 미리 계획하지 말고 항상 실천할 수 있는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세계 최대 출판기업을 이끌고 있는 지영석 엘스비어그룹 회장(왼쪽)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지식 리더다. 지난 5일 열린 ‘글로벌 인재포럼 2014’ 기조연설을 위해 한국을 찾은 지 회장은 경제·경영 전문 출판사인 한경BP의 고광철 대표(오른쪽)와 대담을 하고 인재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대담은 고광철 대표가 묻고 지 회장이 답하는 방식으로 한 시간 동안 이뤄졌다.

▶세계 최대 출판그룹을 이끄는 지식 리더인 지 회장이 항상 ‘멘토링’의 중요성을 강조하는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 위치까지 오는 데 특별한 것이 없었다. 주변에 똑똑하고 잘난 사람이 훨씬 많았으니 운이 좋았던 것뿐이다. 부모를 잘 만나 태어난 것은 어쩔 수 없고, 그 다음에 가장 중요한 것이 다양한 부모님을 만나야 한다는 것이다. 힘들 때 기댈 곳을 만들어준 부모 같은 친구들을 만나며 커 왔다.”

▶멘토들이 어떤 말을 해줬나.

“첫 직장을 구할 때였다. 멘토는 회사 크기나 위치, 봉급을 너무 따지지 말라고 하셨다. 그분은 1주일에 서너 시간 공부하는 대학 강의도 좋아하는 교수님을 따라가는데 수십 시간을 같이 일하는 건 오죽하겠느냐며 회사 사람들이 나와 맞는지, 나를 이끌어줄 멘토가 있는지를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씀해주셨다.”

▶젊은이들에게 해주는 말은.

“장래를 미리 계획하지 말라고 한다. 대신 항상 실천할 수 있는 준비를 해야 한다. 지나가다 저 버스가 맞다 싶으면 타면 된다. 타다가 아니다 싶으면 내리면 된다. ‘몇 번 버스 탔다가 두 정거장 내려 갈아타고 100m 걸어서 지하철 타고…’ 이런 식으로 계획하는 삶은 얼마나 불쌍한가. 장래의 불확실함이란 맛을 모르지 않겠는가.”

▶한국 젊은이들의 대학 진학률이 너무 높아 고민이다.

“그래도 사회 생활 하면서 기술로 성공할 게 아니라면 4년제 대학 을 다녀야 한다. 대학이 중요한 이유는 사회 발판이 없는 사람이 성공하기 위해서다. 대학을 다니며 어렸을 때 많은 사람을 접하고 실수도 해보고 성숙해야 한다. 그러나 학벌을 따지는 건 절대로 안 된다.”

▶요새 젊은이들은 나약하다는 비판도 있다.

“살면서 아픔도 겪어봐야 한다. 중요한 것이 주변의 격려다. 고등학교 때 미국이란 나라를 몰라 따돌림을 당했다. 친구들이 미식축구를 한다는데 규칙을 모른다고 끌려가 두들겨 맞기까지 했다. 1년 수업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 입시를 치르겠다고 짐을 꾸렸다. 그때 친한 친구가 자신에게 짐을 맡기고 딱 1년만 참아보자고 말했다. 그날 짐을 부쳤다면 난 어떤 사람이 됐을지 모른다. 이처럼 자기가 포기하고 싶을 때 또는 포기하지 못할 때 조언이 필요하다.”

▶변화를 위해 엘스비어는 어떤 일을 해왔나.

“엘스비어는 정보기술(IT)분야 종사자가 편집자보다 많다. 미래가 어떻게 변할지는 예측할 수 없다. 우리는 저자와 독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장래 변화를 빨리 관찰하고 그걸 겁없이 서비스에 반영하기 위해 계속 혁신해야 한다.”

▶한국 출판계는 변화에 잘 적응하고 있다고 보나.

“전혀 아니다. 한국은 기술만 따지면 가장 앞서 있지만 출판 산업구조는 갖춰져 있지 않다. 국내총생산(GDP) 10위권 나라의 최대 출판사 매출이 이런 곳이 어딨나. 어느 누군가가 나서서 (출판계의) 맥도날드 같은 걸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닌가.”

▶앞으로 더 하고 싶은 일은.

“기술을 두려워하지 않고 좋은 인재를 모아 놓는 게 가장 중요한데 이 두 가지를 구축하고 세계 출판계에 이런 변화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

정리=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