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하면 유해성 논란…화학첨가물은 억울하다?
최근 끝난 식품의약품안전처 국정감사에서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은 “몸에 해로운 파라벤 함량이 기준치를 초과한 치약제품이 시중에 판매되고 있다”고 주장해 ‘파라벤 치약’ 논란이 일었다. 파라벤은 방부제 역할을 하는 화학물질이다. 식품이나 화장품 부패를 방지하기 위해 널리 쓰인다.

식약처는 김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 수치가 잘못됐다고 뒤늦게 해명하며 “파라벤 함량 기준을 0.2% 이하로 관리하고 있고 유럽이나 일본 미국보다 훨씬 엄격하다”고 말했다. 한국독성학회도 심포지엄을 열고 “입으로 섭취한 파라벤은 화장품 등 피부를 통해 들어오는 파라벤에 비해 훨씬 적다”며 “파라벤은 빠르게 대사되기 때문에 체내에 거의 남지 않는다”(김형식 성균관대 약대 교수)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정부와 전문가들의 설명에도 소비자는 불안해하고 있다.

◆ 공포심 유발 지나쳐

부정확한 정보에 근거한 주장 탓에 화학물질에 대한 과장된 공포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환경호르몬으로 알려진 비스페놀A(BPA)가 대표적이다. BPA는 음식 용기에 쓰이는 폴리카보네이트와 캔 안쪽 코팅재로 쓰는 에폭시 수지 재료로 이용된다. BPA가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비슷한 작용을 한다는 논란이 일면서 소비자의 공포가 커졌다. 폴리카보네이트와 에폭시 수지로 만들어진 제품에 열을 가하면 BPA가 녹아 나온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체에 해로울 정도로 BPA에 노출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스티브 헨지스 미국화학협회 박사는 “BPA가 원료로 쓰이는 폴리카보네이트와 에폭시 수지는 안전성은 물론 경제성도 뛰어나다”고 말했다.

◆ 천연식품에도 있는 성분

직접 섭취하는 화학 첨가물에 대한 소비자의 두려움도 왜곡된 정보에서 기인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햄이나 육포 등에 쓰이는 아질산나트륨은 붉은색을 띠게 하는 발색제다. 최근 한 TV 프로그램은 아질산나트륨이 암을 유발한다며 아질산나트륨을 쓰는 육포업체를 고발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질산나트륨은 식중독을 일으킬 수 있는 보툴리누스균을 억제하는 방부제 역할을 한다. 조미료인 MSG도 발암물질로 오해받고 있다. MSG는 사탕수수에서 추출한 원당을 주재료로 사용한다.

◆ 소비자와 업체 모두 피해

화학물질과 첨가물에 대한 과도한 공포로 피해를 보는 것은 정작 소비자와 업체다. 용기업체 락앤락은 약 5년 전부터 폴리카보네이트보다 세 배가량 비싼 트라이탄을 사용하고 있다. 당연히 제품 가격은 올라갔다. 발암물질로 지목된 사카린은 2011년 사용이 허용됐다. 국내 사카린 생산업체는 JMC를 제외하고 모두 도산한 뒤였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유해성에 대한 정보를 냉정하고 비판적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