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체감 적용·디자인 통일…안드로이드 새 옷 입었네
구글이 지난 4일 신형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인 ‘롤리팝’의 업데이트를 시작했다. 롤리팝은 2011년 출시된 ‘아이스크림샌드위치’ 이후 3년 만에 나온 5세대 버전이다. 안드로이드 최초로 64비트 응용프로세서(AP)를 지원해 구동 속도를 높였다. 제조사나 통신사에서 깔아놓은 불필요한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도 숨길 수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OS 디자인의 변화다. 지난 6월 구글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예고됐던 ‘머티리얼(직물) 디자인’이 적용됐다. ‘안드로이드가 새 옷을 입고 완전히 다시 태어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층 직관적인 사용자환경

머티리얼 디자인을 적용한 구글의 새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롤리팝.
머티리얼 디자인을 적용한 구글의 새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롤리팝.
새 디자인은 기존 안드로이드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기존 안드로이드는 디자인의 통일성이 없어 지저분해 보이고 ‘버튼’에 입체감이 없어 어디를 눌러야 할지 직관적으로 알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글은 앱 개발도구를 통해 철저히 표준화된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중구난방이던 안드로이드에 정돈된 느낌을 부여하기 위해서다.

화면에 나오는 대부분의 요소를 납작한 카드 모양으로 만들고, 그림자를 적용해 구별한 것이 머티리얼 디자인의 대표적 특징이다. 그림자로 버튼에 입체감을 부여해 누를 곳에 대한 고민을 덜었다. 카드 디자인은 작은 공간에 최대한 많은 정보를 담을 수 있어 효율적이다. 앱 구동 순서에 따라 한 층 한 층 겹쳐 보이는 카드 디자인은 하던 일의 맥락을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다.

○평면 디자인의 진화

머티리얼 디자인은 기존 안드로이드에 적용됐던 ‘플랫(평면) 디자인’을 버리지 않고 진화시키는 방식을 택했다. 플랫 디자인은 아이콘 버튼 등에 그림자와 같은 3차원적 요소를 배제해 2차원의 평면으로 구성하는 디자인 방식이다. 1940~50년께 스위스에서 유행한 ‘미니멀리즘’이라는 예술사조를 따른 것이다. 작은 화면에서도 메시지를 또렷이 전달하기 때문에 모바일 기기에 적용하기 좋다. 다양한 기기에 맞게 구성 요소의 크기 변경이 쉬운 것도 장점이다. 데이터 사용량도 적다.

2006년 마이크로소프트(MS)가 미디어플레이어 ‘준’을 시작으로 OS에 플랫 디자인을 사용했다. 이후 MS는 윈도7·8과 엑스박스 등에 준과 비슷한 ‘타일 디자인’을 적용하고 있다. 애플은 지난해 나온 iOS7부터 플랫 디자인을 채택했다. 구글은 머티리얼 디자인을 통해 크기가 작은 아이콘은 플랫 디자인을 유지하면서도 카드 버튼 등 넓고 평평한 구성 요소에는 그림자를 적용해 편의성을 높였다.

○다양한 안드로이드 기기 포괄

그동안 안드로이드는 애플 iOS보다 화면 전환 시의 애니메이션 효과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롤리팝은 디자인 변화와 함께 화려한 애니메이션을 적용했다. 안드로이드폰 이용자가 더 이상 아이폰의 애니메이션 효과를 부러워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구글의 설명이다.

머티리얼 디자인은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태블릿PC TV 스마트카 등 다양한 안드로이드 기기를 포괄하도록 설계됐다. 구글은 초기에 ‘허니콤’이라는 태블릿PC용 안드로이드 버전을 따로 내놓았다. 반면 애플은 처음부터 스마트폰과 같은 OS를 태블릿PC에 적용하며 통일된 사용자환경(UX)을 모든 애플 기기에 적용하려 했다. iOS8에 와서는 PC용 OS인 ‘맥’과 iOS의 UX 통합 작업을 시작했다. 사물인터넷 시대 초입에서 구글도 모든 기기를 아우르는 디자인 생태계를 갖추겠다는 방안이다.

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