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긴급재정관리제도 이달 입법예고…'재정 자치권' 제한

내년부터 유동성 위기에 몰린 지방자치단체의 재정권한을 제한, 재정건전성을 회복시키는 제도가 시행된다.

안전행정부는 과도한 채무로 지급중단 등 위기에 빠진 자치단체에 중앙정부와 상급자치단체가 직접 개입,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긴급재정관리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으로 지방재정법을 개정하기로 하고 이달 안에 입법예고할 것이라고 24일 밝혔다.

안행부는 기존의 자치단체 재정위기관리제도와 연계해 긴급재정관리제도를 시행할 방침이다.

재정위기관리제도는 채무, 금고잔액, 공기업 부채 등 지표가 기준을 벗어난 자치단체를 재정위기단체로 지정하고 '주의' 또는 '심각(위기)' 등급을 부여해 자구노력을 유도하는 제도로 지난 2011년 도입됐다.

재정위기관리제도 도입 후 9개 자치단체가 위기단체 범주에 들었지만 자구노력을 벌여 5개 단체가 위기단체 후보군에서 졸업했고, 현재 인천, 대구, 용인, 태백 등 4곳이 남아 있다.

그러나 자치단체가 갑작스럽게 채무불이행 위기에 몰리거나 자구노력으로는 도저히 위기 상태를 극복할 수 없다고 판단될 때에는 외부에서 개입, 구조조정을 진행시키는 더 강력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정부는 이에 따라 긴급재정관리제도를 도입해 자치단체의 건전성 회복을 지원하기로 했다.

긴급재정관리제도 대상이 되면 건전성이 회복될 때까지 단체장의 예산편성권 등 재정 자치권이 제한되고, 중앙정부와 상급자치단체가 사업 우선순위 조정이나 자산 매각 등 구조조정을 추진하게 된다.

안행부는 이달 안에 긴급재정관리제도를 입법예고하고 연내에 지방재정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해 내년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이 제도는 지금까지 논의 과정에서 '지자체 파산제도' 등 별명으로 불렸지만, 민간의 파산제도는 법인을 해산하는 절차인 반면 긴급재정관리제도는 자치단체의 건전성을 회복시키려는 제도이므로 서로 다르다고 안행부는 설명했다.

안행부의 한 관계자는 "재정위기에 몰린 자치단체가 자구노력을 게을리해 디폴트 상황에 빠진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에게 돌아간다"며 "긴급재정관리제도는 기존 재정위기관리제도와 마찬가지로 자치단체가 재정건전성을 평소에 관리하도록 예방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말했다.

자치단체는 그러나 긴급재정관리제도가 자치권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도입에 반발하고 있다.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회장인 조충훈 순천시장은 지난달 회장단 회의에서 "지방재원 부족과 복지 부담 등 지방재정의 구조적 문제가 개선되지 않았는데 긴급재정관리제도를 도입하면 지방 자치권을 심각히 제약할 수 있다"면서 지방재원 확충 등 전제조건을 충족한 후 시행하라고 요구했다.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tr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