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3D페어] 1년간 영화 14편 CG작업…"한국기술 아시아 최고"
시각효과 업체 1064(대표 김정수·사진)는 CJ파워캐스트에서 일하던 30여명의 인력들이 나와 지난해 10월 설립한 업체다. CJ 계열 디지털 방송 서비스업체 CJ파워캐스트가 만성적자에 시달리던 시각효과 부문 사업을 접으면서 해당 부서 인력들이 독립할 수밖에 없었던 것. 1064는 지난 1년간 국내 업체로선 최다인 14편의 영화에서 컴퓨터그래픽(CG) 작업을 했다. 영화 한 편에서 전체가 아닌 부분 CG 작업을 했기 때문에 편수가 많았다.

오는 12월 개봉하는 윤제균 감독의 ‘국제시장’을 비롯해 나홍진 감독의 ‘곡성’, 대만 영화 ‘파라다이스 인 서비스’ 등에서 작업을 맡았다. 지금은 할리우드 영화에서 부분 CG 작업을 하고 있다. 21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월드IT쇼 겸 월드3D페어에 참가한 김정수 대표(37)를 만났다.

“CJ파워캐스트가 시각효과 부문에서 만성적인 영업적자를 낸 이유는 CJ E&M의 영화 물량을 수주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내부거래를 하지 않고 자유경쟁을 하다 보니 감독들이 좋아하는 중소 CG기업들에 작업 물량을 빼앗긴 거죠. 하지만 실무능력이 뛰어난 베테랑 슈퍼바이저(책임자)들이 함께 일하면서 우리 회사는 빠르게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올해에는 2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겁니다.”

1064를 비롯한 국내 시각효과 업체들의 경쟁력은 단순히 시키는 대로만 작업하는 게 아니라 감독과 함께 고민하는 데 있다고. 시나리오를 분석하고 감독의 의도를 파악해 분위기 감정선에 맞는 CG를 구현해 낸다는 것이다.

“아시아에서는 한국의 기술 경쟁력이 가장 높습니다. 그러나 언어 소통면에서 중국이나 인도에 비해 뒤집니다. 슈퍼바이저가 영어를 배우든지, 영어를 할 수 있는 슈퍼바이저를 육성하든지 언어 교육이 필요합니다.”

그는 최근 중국 콘텐츠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국내 업체에 다양한 형태의 협업 제안이 들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영화 CG 작업뿐 아니라 콘텐츠 공동 제작, 나아가 경영권 인수 제안까지 있다는 것이다. 사업적인 투자라면 받아들여 자금을 확보하는 한편 중국시장에 진출할 기회도 넓히는 게 현명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러나 극소수 개인(브로커)의 네트워크에 의해 중국 비즈니스가 좌우되는 상황에 대해서는 우려했다. 이와 관련, 미래창조과학부에서는 콘텐츠진흥원 등과 별개로 중국에 사무소를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 콘텐츠 비즈니스 분야에서는 아직까지 성숙한 형태의 에이전시가 탄생하지 않았어요. 특히 중국과의 협업에는 끈끈한 네트워크를 자랑하는 몇몇 에이전트(브로커)들의 영향력이 절대적입니다. 당분간 이런 형태가 지속되리라고 봅니다. 시장 규모가 성공의 관건인데요. 중국 영화 CG시장이 급성해 한국 CG업체들을 먹여 살릴 정도가 되면 브로커들의 영향력은 줄어들 겁니다.”

유재혁 대중문화 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