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 11명이 걸어다니는 벤처인증기관
정부가 인정한 ‘전문 엔젤 투자자(전문엔젤)’가 국내에 처음 생겼다. 인터넷포털 다음 공동창업자인 이택경 파운더스엔젤네트웍스 대표, 올라웍스 창업자인 류중희 퓨처플레이 대표, 강중길 대덕벤처파트너스 대표 등 11명이다.

이들에게서 자본금 10% 이상(최소 5000만원 이상)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은 정부의 ‘벤처기업 확인증’을 자동으로 받게 된다. 벤처기업 확인을 받으면 법인세·재산세·취득세 감면과 정책자금 지원 등 각종 혜택이 주어진다.

◆전문엔젤 처음 지정

중소기업청은 25일 이 대표 등 11명에게 ‘전문엔젤 확인서’를 교부했다. 개인투자자가 ‘벤처확인 기관’으로 지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소기업청은 창업기업에 투자하고 있는 개인투자자 가운데 △최근 3년간 벤처기업에 1억원 이상 투자한 실적 △상장법인 창업 △2년 이상 투자심사 경력 △창업기업 멘토링 경험 등을 기준으로 전문엔젤을 선발했다. 당초 12명을 뽑을 예정이었으나 이 가운데 한 명이 이사로 등기돼 있는 회사에 투자해 11명만 지정했다.

◆성공한 벤처기업인 등

이들은 △벤처기업인 △엔젤투자자 △기관투자가 △엔젤클럽(엔젤투자자들의 모임) 출신 등 네 그룹으로 분류할 수 있다.

벤처기업인은 19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반 창업한 ‘벤처 1세대’들이다. 이 대표는 인터넷포털 다음을 공동 창업했고, 류 대표는 올라웍스를 설립한 뒤 인텔에 매각한 경험을 갖고 있다.

최영준 에스지에이 부회장은 어드벤텍테크놀로지를, 김철환 카이트창업가재단 이사장은 이미지앤머티리얼스를 창업했다.

이 대표는 “벤처기업인으로 쌓은 경험과 전문엔젤에게 주어진 권한을 잘 활용해 가능성이 높은 스타트업을 많이 발굴하겠다”고 말했다.

기관투자가 출신 전문엔젤은 우원명 코사인인베스트먼트 상무(전 KTB네트워크 투자팀장·SL인베스트먼트 벤처투자 이사), 전영진 HB인베스트먼트 전문위원(전 무한기술투자 이사) 등이다. 우 상무는 LG전자 연구소에서 근무한 경험도 갖고 있다. 전 전문위원은 삼성전자에서 일했다.

강중길 대표와 박형무 동국대 전자공학과 교수는 ‘1세대 엔젤 투자자’들이다. 강 대표는 한밭엔젤투자조합, 테크노엔젤투자조합을 운영하고 있는 전문투자자로 15년째 투자 활동을 하고 있다. 강 대표는 “스타트업과 창업투자회사의 간극을 좁힐 수 있는 전문직종으로 전문 엔젤 투자자가 인정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엔젤클럽 출신은 강수현 한국투자관리 대표와 강달철·성승용 브라더스엔젤클럽 총무다. 강수현 대표는 강중길 대표의 장남이다. 성승용 총무는 삼성물산 재무팀 출신이다.

전문엔젤의 유효기간은 2년이다. 이 기간이 지나면 투자 실적 등을 다시 확인한 뒤 재지정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투자한 기업에 세제 혜택

이들이 투자한 벤처기업은 법인세·재산세·취득세 등 각종 세제 감면과 보증 지원 등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지금까지는 기술신용보증기금과 중소기업진흥공단 심사를 거치거나 벤처캐피털에서 투자를 받아야 벤처기업으로 인정됐지만 앞으로는 전문엔젤의 투자만 받아도 된다.

정부는 전문엔젤이 발굴한 창업기업에 연구개발(R&D), 해외마케팅 비용 등 최대 5억원까지 지원한다. 전문엔젤에게는 정부 투자지분을 저가에 매입할 수 있는 권리(콜옵션)를 준다. 투자금 회수를 쉽게 하기 위해 엔젤투자 지분을 전문적으로 인수하는 펀드를 100억원 규모로 내년에 조성할 계획이다.

중기청 관계자는 “올해 안으로 전문엔젤이 투자한 금액 가운데 1500만원 이하는 소득공제를 100% 허용하는 조세특례제한법 목록 개정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