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과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이 지난 6월7일 국회에서 대화하며 웃고 있다. 한경 DB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과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이 지난 6월7일 국회에서 대화하며 웃고 있다. 한경 DB
박근혜 정부 2기 경제팀에서 호흡을 맞춘 지 두 달째를 맞는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 사석에서는 ‘형님, 동생’ 할 정도로 가까운 두 사람에게 요즘 공통점이 하나 생겼다. 시도 때도 없이 줄담배를 피워댄다는 점이다. 침체된 경제를 빨리 살려내야 한다는 부담과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최 부총리도 그렇지만, 안 수석도 청와대에 들어가고 나서 흡연량이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대통령의 무한신뢰…속타는 崔·安 '경제 콤비'
그도 그럴 것이 두 사람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기대는 이만저만 아니다. 청와대 내에서는 이런 말이 나돌 정도다. “박 대통령이 대수비(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 약칭)에서는 안종범만 쳐다보고, 국무회의에선 최경환만 쳐다본다”는 것이다. 지난 7월14일 2기 경제팀이 출범한 뒤 처음 열린 대수비 때는 박 대통령이 회의 시작 발언 내내 안 수석을 향해 “모두 경제수석이 챙겨주세요”라고 지시를 쏟아내 다른 수석들은 ‘꿔다놓은 보릿자루’ 신세였다.

박 대통령이 최근 가장 자주 찾는 사람도 안 수석이다. 수시로 통화하고 집무실로 불러 보고받는 일도 잦다고 한다. 안 수석은 급할 경우 직접 전화를 걸기도 한다. 한 관계자는 “다른 수석들은 박 대통령한테 걸려온 전화만 받지만 안 수석은 먼저 전화를 거는 몇 안 되는 참모”라고 했다.

최 부총리도 박 대통령과 스스럼없이 소통한다. 반면 대면 보고는 오히려 뜸해졌다. 전임 현오석 부총리는 취임 초기에는 매주 경제장관회의가 열린 날 주례보고를 했다. 하지만 최 부총리 취임 이후 주례보고가 없어졌다. 한 측근은 “필요할 때 수시로 소통하기 때문에 형식적인 정례보고가 필요 없어진 것일 뿐”이라고 했다.

두 사람의 ‘팀워크’는 말할 나위가 없다. 요즘도 매일 10차례 이상 통화한다고 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부총리가 급하게 전화를 걸면 십중팔구 안 수석에게 하는 전화”라고 했다. 일하는 스타일도 비슷하다. 둘 다 정치인 출신답게 큰 현안 위주로 챙기고 세세한 것들은 밑에다 믿고 맡기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밑에서 일하는 관료들도 “일하기 편하다”는 말을 많이 한다. 추진력도 강하다. 안 수석은 조용한 스타일이지만 밀어붙일 때는 무섭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사적연금 활성화 대책은 안 수석이 주도해 만든 것인데, 대책을 짜는 과정에서 관료들과 상당히 부딪쳤다는 후문이다. 특히 퇴직연금에 대해 300만원 추가 소득공제 혜택을 주기로 한 것을 놓고 기재부 세제실에서 세수 부족을 이유로 강하게 반대하자 안 수석이 “경제수석이 하라는데 왜 못 한다고 하느냐”며 밀어붙였다고 한다.

안 수석에게는 ‘올빼미 수석’이라는 별명이 새로 붙었다. 매일 밤늦게까지 남아 일하는 게 다반사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비서관들한테 “아무리 일이 많더라도 에너지의 20%는 남겨두자”는 말을 자주 한다. 그래야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온다는 것이다.

최 부총리는 갈수록 보폭이 커지고 있다. 국회를 상대로 경제법안 처리를 촉구하는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한 것이나 기업인들과의 실시간 소통을 위한 ‘핫라인’을 개설한 것이 대표적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최 부총리의 활동 반경을 보면 관료들 머리로는 도저히 사고할 수 없는 영역까지 뻗어 있다”고 했다.

역대 경제팀 중 두 사람이 최고의 ‘찰떡 궁합’이란 평을 받지만, 일각에선 최 부총리의 정책 주도력이 강해 경제팀 내의 견제와 균형이 다소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