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富의 지도'가 바뀐다…IT 뜨고 부동산·식품 지고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이 처음으로 중국 최고 부자에 등극했다. 마윈 회장과 더불어 ‘중국 인터넷 업계 삼총사’로 불리는 마화텅 텅쉰(텐센트) 회장과 리옌훙 바이두 회장도 각각 2,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중국 최고 부자 상위권을 인터넷 기업 오너들이 싹쓸이한 것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중국 최고 부자 자리는 부동산 개발업체나 식음료업체 오너가 차지했다. 인터넷 기업 오너의 부상은 중국 산업의 ‘권력지형’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마윈 회장 재산 1339억위안으로 1위

중국 '富의 지도'가 바뀐다…IT 뜨고 부동산·식품 지고
블룸버그통신은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를 이용해 분석한 결과 마윈 회장의 재산이 1339억위안(약 22조1000억원)으로 중국 부자 중 1위를 차지했다고 28일 보도했다. 각종 중국 부자 순위 조사에서 마윈 회장이 1위에 오른 것은 처음이다. 그는 포브스가 최근 발표한 중국 부자 순위에서 5위였고, 후룬리포트의 2013년 조사에선 29위에 불과했다.

이번 조사에서 마윈 회장이 1위로 부상한 것은 다음달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을 앞두고 그가 보유하고 있는 알리바바 지분 평가액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미 월가 애널리스트들의 분석에 따르면 알리바바 기업가치는 9455억위안(약 156조1000억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마윈 회장의 알리바바 지분은 8.8%다. 그가 보유한 샤오웨이금융 지분가치가 이번 블룸버그 조사에서 처음으로 포함된 것도 순위 상승에 기여했다. 샤오웨이금융은 알리바바의 모바일 지급결제 서비스 ‘알리페이’를 운영하는 곳으로, 마윈 회장이 지분 48.5%(약 644억위안)를 보유하고 있다.

올해 포브스 조사에서 중국 부자 1위를 차지했던 마화텅 회장은 재산평가액 1001억위안으로 2위로 밀렸다. 중국 최대 검색포털 바이두의 리옌훙 회장은 970억위안으로 3위를 차지했다. 부동산 개발업체 완다그룹의 왕젠린 회장(4위·903억위안)과 음식료 업체 와하하의 쭝칭허우 회장(5위·706억위안) 등이 뒤를 이었다.

○주도산업 변천 따라 부자 순위 달라져

중국 경제는 1978년 개혁개방 이후 연평균 10% 내외의 고도 성장을 지속했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업종의 ‘스타 기업’이 탄생했고, 중국 최고 부자도 이들 업종에서 나왔다. 후룬리포트가 매년 발표하는 중국 부자 순위에 따르면 지난해 까지만 해도 중국 최고 부자는 부동산·중공업·식음료 등 전통산업의 오너들이 차지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자 2009년 중국 자동차 업체 비야디(BYD)의 왕촨푸 회장이 1위로 급부상했다. 1년 후 중국은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자동차시장이 됐다.

중국 최대 음료업체 와하하의 쭝칭허우 회장이 2010년, 2012년 중국 부자 1위로 꼽힌 것은 중국 소비시장의 빠른 성장을 보여주는 결과라는 분석이다. 올 들어 마윈 회장을 비롯해 인터넷 기업 오너들이 중국 부자 1~3위를 휩쓴 것은 중국의 인터넷·모바일 소비 확산 덕분이라는 평가다. 토니 후 달튼인베스트먼트 펀드매니저는 “과거 중국 소비시장은 상위 5%의 부자들이 중심이 됐지만 최근에는 중산층이 소비를 주도한다”며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 등은 중산층 소비 확대의 최대 수혜를 누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