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한 질병이 생기면 십중팔구 ‘더불어 생기는 질병’이 있다. 합병증과는 다른 ‘패키지 질병’이다. 병을 일으키는 원인 물질이 같고, 두 질병이 서로 상대 질병을 유발하는 작용을 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런 패키지 질병은 양면성이 있다. 환자에게는 고통을 두 배로 안겨주지만 두 질환을 동시에 적절히 치료하면 증상이 한꺼번에 좋아질 수 있다. 여름 휴가철을 맞아 한꺼번에 두 가지 질병을 잡는 ‘패키지 치료’를 받아보면 어떨까.
일러스트=추덕영기자  choo@hankyung.com
일러스트=추덕영기자 choo@hankyung.com
비만·당뇨는 체중 감량으로

비만과 당뇨는 절친, 천식과 비염은 형제…'그림자 질환' 동시에 치료해야 효과본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남녀의 비만 유병률은 1988년 26.2%에서 2001년 29.2%, 2008년 30.7%, 2012년 32.6%로 계속 높아졌다.

비만은 당뇨병과 상당한 연관성을 갖는다. 대한당뇨병학회에 따르면 국내 당뇨병 환자의 56.8%가 복부비만이다. 안수민 한림대성심병원 당뇨·고도비만수술센터장은 “비만과 당뇨는 연관성이 매우 높아 일각에서는 하나의 질환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비만 환자가 당뇨병에 잘 걸리는 이유는 지방세포 때문인데, 비만으로 지방세포가 늘어나면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 기능과 반응을 떨어뜨린다”며 “이미 뚱뚱해진 사람은 먹는 양도 더 많아져 혈당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비만과 당뇨를 동시에 겨냥하는 치료는 체중 감량에 초점을 맞춘다. 당뇨치료제 중 체중감소 약물로는 ‘메트포르민’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혈당 조절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다른 인슐린 조절 약물은 초과된 인슐린으로 인해 체중 조절이 힘들다는 문제가 있다. 최근에는 혈당이 올라갔을 때만 인슐린 분비를 촉진시키는 ‘인크레틴’이 주목받고 있다.

안 센터장은 “비만과 당뇨를 함께 앓는 환자는 과식·폭음이나 육류 위주의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천식·알레르기 비염 ‘형제질환’

천식 환자의 60~80%는 알레르기성 비염을 앓는다. 알레르기 비염 환자의 20~30%가 천식 환자다. 천식과 알레르기성 비염은 유발물질과 염증 진행 과정이 거의 비슷하다. 비염이 나타나는 코에서 천식 발병장소인 폐까지 직통으로 연결돼 있는 등 ‘패키지’로 나타날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알레르기성 비염에 관한 국제적 치료 가이드라인 ‘아리아(ARIA)’에서는 “천식과 비염은 동시에 오는 경우가 많다”며 “모든 천식 환자는 알레르기성 비염 검진을 받고 상기도(코)와 하기도(폐)에 통합적인 약물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치료는 두 질환 모두 알레르기성 염증 반응을 억제시키는 스테로이드제를 사용한다. 최근에는 흡입식 스테로이드제가 많이 쓰인다. 알레르기성 비염의 경우 스테로이드제와 함께 콧물 제거 등을 위해 항히스타민제를 동시에 처방하면 빠른 효과를 볼 수 있다.

발기부전·조루도 함께 치료

대한남성과학회가 성인 남성 439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발기부전 환자의 50%는 조루증을, 조루증 환자의 57%는 발기부전을 가지고 있었다. 남성이 성적으로 흥분하면 음경으로 들어오는 혈액 양이 증가하는 동시에 들어온 혈액이 정맥으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차단하면서 발기가 이뤄진다. 발기부전은 이런 과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때 나타난다.

조루증은 뇌의 호르몬 분비와 관계된 질병이다. 성관계 시 흥분을 느끼면 대뇌의 중추신경에서 세로토닌이라는 호르몬 분비량이 증가하다 어느 순간 사라진다. 세로토닌 분비량을 늘리는 조루치료제로 치료가 가능하다.

발기부전과 조루증 치료제는 상호작용으로 인한 부작용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알려져 있다. 의사와 상의해 조루치료제와 발기부전치료제를 함께 먹는 것이 좋다.

도움말=양민석 보라매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 안수민 한림대성심병원 당뇨·고도비만수술센터장, 이윤수 이윤수·조성완비뇨기과 원장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