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인 23일 새벽 4시. 브라질 월드컵에서 한국-알제리 시합이 열리는 시간이다. 금요일인 27일에는 새벽 5시에 벨기에전이 예정돼 있다. 한국팀이 평가전에서 보여줬던 무기력증에서 벗어나 러시아와 잘 싸워 무승부를 기록하면서 월드컵 열기도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하지만 경기에 지나치게 몰두하다 보면 밤과 낮이 뒤바뀌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전문의들은 대한민국 대표팀 경기를 비롯해 주요 우승 후보들의 경기가 새벽에 많이 열리는 만큼 수면시간을 적절히 조절하고 과도한 야식을 자제해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일러스트=추덕영 기자 choo@hankyung,com
일러스트=추덕영 기자 choo@hankyung,com
카페인 피하고 수면 조절해야

새벽부터 "대~한민국!"…날새며 먹는 야식, 위염 일으킬 수도
월드컵이 열리는 브라질과의 시차는 12시간이다. 주요 경기들이 새벽이나 이른 아침에 열려 새벽잠을 포기하고 신체 리듬이 뒤바뀌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월드컵 기간 중 잘못된 수면 습관을 가지기 쉽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새벽부터 아침까지 밤잠을 설치게 되면 다음날 수면 부족으로 피로와 집중력 저하 등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피로가 누적되면 교통사고나 안전사고 등 각종 사고 위험이 증가하고, 불규칙한 수면 반복으로 리듬이 깨지면서 불면증이나 수면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

최재경 건국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새벽 시간대 경기를 시청해야 한다면 가급적 전날 일찍 잠자리에 드는 것이 좋다”며 “전날 오후 9~10시께 잠자리에 든다면 최소한의 수면시간을 확보할 수 있어 다음날 피로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커피나 콜라, 홍차 등 카페인이 함유된 음식은 피하는 것이 좋다.

최 교수는 “수면이 부족하면 피곤하고 판단력이 흐려지기 때문에 TV 시청 후 다음날 아침은 가급적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며 “수면 부족으로 평소보다 많이 피곤하고 업무 효율이 떨어지면 30분 이내의 낮잠을 자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야식은 위장장애 유발

월드컵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야식이다. 치맥(치킨+맥주)이 대표적이다. 이번 브라질 월드컵은 새벽시간대 경기가 많아 치맥 소비가 조금 줄었다고 한다.

새벽시간대 야식은 속쓰림, 소화불량, 역류성 식도염, 위염 등을 야기할 수 있다. 과음, 과식으로 인한 위장질환이나 비만을 예방하려면 과일이나 채소 중심으로 간식을 먹고 당분이 많은 음료수보다는 생수가 좋다.

김정하 중앙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맵고 자극적인 음식이나 익히지 않은 음식 등은 위염이나 장염을 일으켜 속쓰림, 복통, 설사 등의 증상을 유발할 수 있으니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고, 증상 발생 시에는 참지 말고 빨리 가까운 병원을 찾아 검사 및 필요한 치료를 받는 것이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고혈압·심장병 있다면 흥분 금물

월드컵 기간 중 특히 조심해야 할 사람들이 있다. 고혈압·심장병·뇌졸중 등 심혈관질환자나 자율신경계 조절이 원활치 못한 노약자들이다.

실제로 월드컵 기간 때 과도한 응원이나 흥분을 하게 되면 급성심근경색으로 사망에까지 이르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흥분과 긴장이 교감신경을 자극하고, 혈압과 맥박수를 상승시켜 심장 부담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선우성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평상시에도 신체리듬상 심장이 가장 불안정한 새벽에 심장질환 발생 위험이 높은데, 이번 브라질 월드컵은 새벽시간대에 경기가 집중돼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수면 부족, 음주, 흡연, 야식 등으로 신체조절 기능이 저하된 상태에서 분노나 흥분 등 심리적인 스트레스가 더해지면 협심증, 심근경색, 뇌출혈, 뇌경색 등 치명적인 심뇌혈관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방덕원 순천향대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고혈압 환자 등은 경기 관람 시 가급적 흥분을 피하고 복용하는 약이 있으면 미리 복용해두는 것이 좋다”며 “경기를 보면서 술과 담배를 하는 것은 더욱 위험하다”고 말했다.

또 평소 얼굴로 열이 자주 올라오면서 뒷목이 뻐근한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 성격이 공격적이고 다혈질인 경우,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나 흥분하면 혈압이 급격히 오르는 경우 등에서도 주의가 필요하다고 방 교수는 전했다.

이민수 고려대 안암병원 정신과 교수는 “가족이나 친지들과 함께 경기를 보면서 친밀감을 쌓는 게 정신건강에 좋다”며 “승패에 연연해 하지 않고 여유로운 마음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도움말=김정하 중앙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최재경 건국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방덕원 순천향대병원 심장내과 교수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