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수 변호사] 담배소송 방어나선 박교선·이준상
지난 4월10일 흡연자 30여명이 국가와 KT&G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담배 소송)에서 대법원은 담배와 폐암의 인과관계를 입증할 수 없다며 KT&G 측의 손을 들어줬다. 15년간 이어져 온 공방에 마침표를 찍었지만 담배소송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나흘 뒤 KT&G와 글로벌 담배제조사인 필립모리스코리아, BAT코리아를 상대로 담배피해 배상 소송을 또 제기했기 때문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측 소송대리는 법무법인 남산이 맡았다. 종래 담배회사 공격수 역할을 해온 배금자 변호사의 바통을 넘겨받은 것이다.

박교선 변호사
박교선 변호사
KT&G 측을 대리하고 있는 변호사는 15년간에 걸친 소송을 승리로 이끈 법무법인 세종의 박교선 변호사(사법연수원 20기)다. 국내에서 최초로 담배 소송을 성공적으로 방어한 박 변호사는 제조물책임 분야의 독보적인 변호사라는 평가다.

박 변호사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제기한 담배 소송의 법률상 쟁점은 지난 15년간 진행된 소송과 동일하다”며 “공단이 이기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담배 소송에서 쟁점이 된 것은 △담배 제조ㆍ판매 과정에 담배회사의 위법 행위가 있었는지 △흡연과 폐암 등 암 발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는지 여부였다.

담배 회사의 위법 행위와 관련해서는 담배회사가 제조ㆍ판매한 담배에 제조물책임법상 결함이 있는지와 적절한 경고를 하지 않는 등의 방법으로 흡연자들을 속였는지가 문제됐다. 박 변호사는 “대법원은 담배에 결함이 있다고 볼 수 없고 담배회사가 담배의 유해성에 관한 정보를 숨긴 사실도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법원은 흡연과 폐암 발병 사이에 개별적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았다”며 “앞으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3400여명을 대리하면서 이들 각각의 병력을 다 증명해야 하는 부담을 지게 됐다”고 말했다. 흡연과 폐암 발병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20년 이상 하루 한 갑씩 담배를 피우면 암에 걸린다는 자료 외에 폐암이 흡연 자체에 의해 유발되었다는 점을 추가로 증명해야 한다.

박 변호사는 원고들이 담배 회사를 범죄집단으로 몰고가 소송 자체를 선악 대결로 이끌어가는 점을 우려했다. 1999년 처음 담배 소송이 제기돼 2007년 1심 판결이 나기까지 원고 측은 “피고 회사가 범죄 집단이니 현장검증을 하자”고 촉구했다. 또 피고 회사가 가진 모든 자료를 달라고 하는 등 납득하기 힘든 주장을 했다는 것이다.

이준상 변호사
이준상 변호사
BAT코리아 측을 대리해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맞붙는 곳은 법무법인 화우이다. 수원지방법원 파산부 부장판사 출신으로 중재법 개정에 참여하는 등 국제중재 분야 권위자인 이준상 변호사(사법연수원 23기)와 금융은 물론 담배사업 등에도 해박한 이숭희 변호사(19기) 등이 나선다.

이준상 변호사는 지난 3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국제중재 콘퍼런스에서 ‘한국에서의 외국중재판정의 승인 집행’에 대하여 발표하는 등 국제중재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는 담배소송에서 판사로 일한 경험을 십분 살린다는 계획이다.

이준상 변호사는 “캐나다 미국 등에서 일부 담배회사에 책임을 지운 사례는 입법으로 해결한 경우”라며 “한국 법제에서 담배 소송이 이기는 것은 법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위법성, 인과관계 등 법률적으로 쟁점이 된 것은 대법원에서 이미 결론을 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담배회사가 청소년 콘서트를 후원하는 등 간접적으로 청소년에 대한 담배 판매 판촉행위를 했다며 불법행위를 주장한 점에 대해서도 “법적인 인과관계가 없다”고 반박했다. KT&G 필립모리스코리아 BAT코리아 등 피고 회사가 공동불법행위를 저질렀다는 원고 측 주장에 대해선 “불법행위가 특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배석준 기자 eul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