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원을 이용해 얻는 이익을 ‘공정’하게 나누자는 나고야 의정서가 이르면 올해 안에 발효될 것으로 예상된다. 동·식물과 해양자원 등 생물 유전자원을 해외에서 들여오려면 해당 국가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로열티도 내야 한다.

나고야 의정서 이르면 10월 발효, 기업 年5000억 추가 부담… 생물자원 전쟁 예고

○올 10월 발효 유력

정부와 업계에서는 나고야 의정서가 이르면 올해 10월 강원 평창에서 열리는 제12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 총회를 앞두고 발효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나고야 의정서가 발효되면 기업들은 생물 유전자원을 들여올 때 우선 원산지 국가에 사전 통보하고 승인을 받아야 한다. 또 생물자원을 이용해 발생하는 금전·비금전적 이익을 공유하는 조건으로 계약을 맺어야 한다. 이렇게 되면 판매량이나 매출에 따른 이익을 로열티로 지급해야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동아제약 SK케미칼 등 제약회사,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 화장품기업, 바이오랜드 등 바이오업체들은 나고야 의정서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 생물자원을 활용해 제품을 만들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들이 사용하는 생물자원의 70% 이상은 해외에서 들어오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나고야 의정서 발효로 국내 기업이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연간 3500억~5000억원에 이른다. 장준기 대한화장품협회 상무는 “지금은 유전자원 물질을 사올 때만 돈을 내지만 앞으로는 지속적으로 수익을 나눠줘야 하는 상황”이라며 “해당 국가 정부의 승인을 얻어야 하는 행정 부담까지 고려하면 비용은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생물 수입국이 비준 서두른다?

한국은 생물자원 수입국이다. 생물자원을 남용해서는 안 되지만 굳이 한국이 나서서 나고야 의정서 비준을 서두르는 게 바람직한가에 대해서는 일부에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비준이 늦어질수록 국익에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나고야 의정서를 비준한 나라는 부탄 코트디부아르 인도네시아 등 천연자원이 풍부한 개발도상국이 대부분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비준국은 해양 자원이 많은 노르웨이뿐이다.

한국이 제12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 총회를 여는 개최국이라는 체면 때문에 비준을 서두르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한국 개최는 2012년 10월 인도 하이데라바드(제11차 당사국총회)에서 결정됐다. 이듬해 환경부 차관이 위원장을 맡은 국내 개최지 선정위원회는 평창을 개최 장소로 선정했다.

○부처 간 다툼 벌이기도

자금력과 정보력이 뛰어난 대기업에 비해 중소기업들은 대응 능력이 취약하다는 것도 문제다. 제약 화장품 건강기능식품 바이오 분야에는 중소기업이 많다. 로열티 지급이 늘어나면 기업 경영에 상당한 압박이 될 수 있다.

연구개발 활동이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오기환 한국바이오협회 산업정책실장은 “바이오 업계는 90%가 중소기업”이라며 “별도의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전했다.

한편 정부는 ‘유전자원 접근 및 이익 공유에 관한 법률’을 지난해 12월 입법예고했으나 국회 발의를 하지 못하고 있다. 생물자원 인허가 업무를 처리하는 정부기관에 미래창조과학부를 넣을 것인지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생물자원과 직접 관계되는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 환경부를 인허가 담당 부처로 정한 법안을 내놓았으나 미래부는 ‘생물 유전자원 활용 연구개발(R&D)을 담당해왔기 때문에 인허가 기관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자원수출국도 이익 공유…노르웨이 등 29개국 비준

유전자원에 대한 접근 및 유전자원 이용으로 발생하는 이익의 공정하고 공평한 공유에 관한 의정서.

2010년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시에서 열린 제10차 유엔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채택돼 나고야 의정서라 불린다. 생물자원은 계속 고갈되는데 이를 이용하는 기업만 돈을 벌 뿐 정작 원산지 국가에는 이익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현재 노르웨이 인도 멕시코 등 29개국이 의정서를 비준했다. 한국을 포함, 44개국은 비준을 준비 중이다. 50개국이 서명한 비준서를 생물다양성협약 사무국에 기탁하면 90일째 되는 날 발효된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