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히 1원 낙찰을 거부해?"…보훈병원 '슈퍼 갑' 횡포
공공의료기관인 보훈병원이 ‘1원 낙찰’을 거부한 국내 상위 12개 제약사의 신제품을 공급받지 않기로 결정해 논란이 일고 있다. ‘갑의 보복성 횡포’라는 비판과 함께 환자들의 의약품 선택권을 제약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은 최근 ‘2014년 제2차 약사위원회’를 열어 과거 1원 낙찰을 거부한 국내 12개사를 신제품 선정 업체에서 제외하고 이를 중앙보훈병원을 비롯한 전국 산하 병원에 통보했다.

유한양행 동아제약 녹십자 대웅제약 한미약품 종근당 JW중외제약 일동제약 일양약품 삼진제약 명인제약 국제약품 등이 대상이다. 이들 12개사는 앞으로 새로운 약이 나와도 보훈병원에는 납품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기존 품목 입찰에서도 불이익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공급 중단 대상은 모두 2012년 7월 보훈병원이 실시한 입찰에서 84개 의약품이 1원에 낙찰되자 공급을 거부한 제약사다. 당시 이들 제약사는 “1원 낙찰이라는 상식 이하의 부당한 관행을 이번 기회에 근절하고 건전한 유통질서를 확립해야 한다”고 납품 거부 이유를 밝혔다.

보훈병원의 이번 결정은 이에 대한 보복 성격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해당 업체들은 사립병원도 아닌 국가기관인 국공립병원이 1원 낙찰 거부에 대한 앙갚음성 결정을 내린 것은 슈퍼갑의 횡포라고 반발하고 있다. 한 제약사 고위 임원은 “국공립병원이 공문까지 보내 신제품을 받지 말라고 통보한 것은 제약사에 대한 명백한 길들이기”라고 비판했다.

이들 업체가 모두 상위 제약사인 점을 고려할 때 보훈병원이 처방 권한을 앞세워 환자들의 의약품 선택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당 업체들은 보훈병원을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에 대해 보훈병원 관계자는 “일부 제약사의 신약을 공급받지 말라고 통보한 것은 맞다”면서도 “이유는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