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24일부터 주식처럼 사고 판다
금을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는 ‘KRX 금시장’이 오는 24일 문을 연다.

한국거래소는 21일 서울 여의도 사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음성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금거래를 양성화하기 위해 금 현물시장을 개설했다”며 “국내 귀금속 시장의 유통구조를 개선하고 새로운 투자문화를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KRX 금시장에선 세계 금거래의 표본인 순도 99.99%의 금을 사고팔 수 있다. 회원은 위탁매매를 할 수 있는 ‘일반회원(증권·선물사)’과 그렇지 않은 ‘자기매매회원(은행, 실물사업자)’으로 구성된다. 일반회원이 되려면 영업용순자본비율이 150% 이상이어야 한다. 실물사업자는 최근 사업연도 기준 매출액이 1억원 이상이고 체납세액이 없어야 한다. 현재까지 회원으로 가입한 업체는 총 57곳(증권사 8곳, 실물사업자 49곳)이다.

개인 등 일반투자자는 거래를 위해 증권·선물사의 계좌를 별도로 개설해야 한다. 이후 증권을 매매할 때와 같은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통해 금을 사고팔 수 있다. 거래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밀수금을 제외한 국내 금시장(유통) 규모는 연간 100~110t 수준이다. 이 중 60%가량은 은닉 또는 탈세를 위해 영수증 없이 무자료로 거래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는 지하경제 양성화 방안 차원에서 작년 7월 ‘금 거래 양성화 방안’을 발표, 금시장 개설을 추진해왔다.

시장에선 금 현물시장이 제대로 기능할지 아직 미심쩍은 시선이 많다. 공개 시장에선 매매기록이 남아 자산가들이 거래를 기피할 것이란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2010년 한국거래소가 미니금선물을 상장했으나 거래가 활성화되지 않은 전력도 있다. 지난해 기준 미니금선물 하루 평균 거래량은 10여건에 불과했다.

거래소는 KRX 금시장의 안착을 위해 내년 3월까지 거래수수료를 면제키로 했다. 금 투자로 수익을 얻어도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단, 실물을 찾을 때는 부가가치세 10%를 내야 한다.

윤석윤 한국거래소 파생상품시장본부 상무는 “지금까지 국내에선 금 가격이 제대로 발표된 적이 없었다”며 “매일 금 가격을 공지하는 것만으로도 음성거래가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