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몰라서 손해보는 '정보비대칭'… 소비 유혹하는 '신호보내기'
현대는 정보사회다. 정보를 많이 가진 사람이 치열한 경쟁에서 이기고, 비즈니스에서도 더 큰 기회를 잡는다. 이는 국가, 기업, 개인 모두 마찬가지다. 개인의 경우 정보가 부족하면 합리적인 소비생활이 어려워지고 그만큼 비용을 많이 지불한다. 기업은 정보가 바로 돈이고 효율이다. 시대의 흐름을 읽고, 소비자의 마음을 읽는 것도 바로 정보가 바탕이다. 국가 역시 다르지 않다. 시대적 흐름을 잘 꿰고 있는 나라가 글로벌 경쟁에서 앞서가는 법이다. ‘빅 데이터’ 시대에 뒤지지 않으려면 꾸준한 공부와 독서, 다양한 경험을 쌓아야 한다. 정보와 관련된 경제용어를 정리한다.

정보비대칭-거래 주체의 정보차

시장에서 각 거래 주체가 보유한 정보에 차이가 있을 때, 그 불균등한 정보 구조를 정보 비대칭(asymmetric information)이라고 한다. 정보의 비대칭성은 사람들이 보유하는 정보의 분포에 편향이 있어, 경제 주체 사이에 정보 격차가 생기는 현상 또는 그러한 성질을 말한다. 정보의 비대칭성을 최초로 언급한 사람은 미국의 경제학자 케네스 애로다. 그는 ‘의료의 불확실성과 복지 경제학’이라는 논문에서 의사-환자 사이에 있는 정보의 비대칭성이 의료보험의 효율적 운용을 저해한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경제학자 조지 애컬로프는 1970년에 발표한 논문에서 정보의 비대칭성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중고차시장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구매자가 결점이 있는 상품과 그렇지 않은 상품을 구별하기 어려운 중고차 시장에서는 상대적으로 품질이 좋은 상품도 저질품과 같은 낮은 평균 가격으로 팔리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중고차 시장에서 구매자가 모르는 정보를 판매자는 알고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정보를 ‘숨겨진 정보’라고 하고, 보험에 가입한 사람의 행동은 ‘숨겨진 행동’이라고 한다. 주인-대리인 관계에도 정보의 비대칭성이 적용된다.

역선택-정보부족해 가격왜곡

정보의 격차가 존재하는 시장에서는 오히려 품질이 낮은 상품이 선택되는 가격 왜곡현상을 일컫는다. 불완전한 정보를 근거로 행동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비정상적인 선택(불리한 선택)이다. 정보력을 많이 가진 집단이 정보의 왜곡이나 오류를 통해 이익을 취하는 선택의 여지를 많이 갖도록 하는 행위를 뜻한다. 어느 한 쪽만 정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이며, 결과적으로 정상 이상의 이득을 챙기거나 타인에게 정상 이상의 손해 또는 비용을 전가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역선택은 보험시장, 노동시장, 금융시장, 중고자동차시장 등을 설명할 때 주로 이용된다. 특히 역선택은 보험시장에서 자주 발생된다. 보험사고의 발생 가능성이 높은 사람이 보험에 가입하려 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보험회사는 보험금을 지급할 확률이 높은 사람들과 계약할 경우가 많다. 불량고객을 유치해 손실이 커지는 역선택을 하는 것이다. 또 중고차시장은 판매자가 구매자에 비해 그 차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어 가격이 왜곡되는 사례가 많다. 이것이 ‘역선택 이론’이며 이러한 시장을 ‘레몬(Lemon) 시장’이라고도 한다.
신호보내기-신뢰높여 구매 유도

특정시장에서 공급자가 수요자에 비해 많은 정보를 가지는 ‘비대칭적 정보’ 구조에서 공급자가 수요자에게 상품 정보를 전달하고자 하는 노력을 신호(signaling)라고 한다. 또 이러한 신호가 특정 상품을 다른 상품과 차별화하는 효과를 나타내는 현상을 신호원리(signalling principle)라고 한다. 어느 자동차회사가 당사의 자동차에 대해 5년간 5만㎞ 보증기간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한다고 가정하자. 이 경우 자동차 수리비용에 대한 소비자 부담을 줄여주고, 해당 자동차회사의 제품에 결함이 있을 확률이 낮을 것이라는 신뢰를 준다. 자동차 판매상이나 보석상과 같이 소비자의 제품 정보가 공급자에 비해 현저히 열세에 있는 경우 제품에 문제가 있어도 공급자가 사라지지 않고 언제든지 찾아 갈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기 위하여 비용을 들여 전시장을 호화스럽게 꾸미는 것도 신호원리가 적용된 것이다. 또한 투자은행가나 변호사와 같이 잠재적 고객에게 자신의 능력에 대한 신호를 보낼 필요성이 큰 전문직종 종사자의 경우 의복이나 자동차에 많은 ‘현시적 소비’를 하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골라내기-사적정보 취득 행위

골라내기(screening)는 정보가 부족한 쪽이 상대방의 사적 정보를 얻어내기 위해 취하는 행동을 말한다. 예를 들어 중고차를 구입하고자 하는 사람은 판매자에게 그 차를 정비공에게 보내 차의 상태를 알아보자고 제안할 수 있다. 판매자가 이를 거부하면 그 차가 불량품임을 스스로 인정하는 셈이다. 이 경우 사려는 사람은 자동차 가격을 더 낮게 부를 수 있다. 또 자동차 보험을 파는 보험회사가 운전자 개개인의 운전습관을 정확이 모른다면 다양한 보험상품을 통해 어느 정도 운전행태를 파악, 손해액을 줄일 수도 있다. 신호보내기는 고객을 부르는 사인이고, 골라내기는 비용을 줄이려는 노력이다.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