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명 vs 13명.’ 한국경제신문이 1일 연중기획(왜 기업가정신인가)의 하나로 대한상공회의소 현대경제연구원 등과 함께 한국과 미국의 대표적인 고등학생용 경제 교과서에 나오는 자국 기업인 수를 분석한 결과다.

국내 출판사 씨마스가 펴낸 ‘경제’ 교과서에서는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한 명만 기업가정신을 발휘한 인물로 소개하고 있다. 교학사 교과서에는 기업인을 기술한 사례가 없고 천재교육 교과서에는 해외 기업인 1명(헨리 포드)만 나온다.

이에 비해 미국 최대 교과서 출판사 프렌티스 홀의 이코노믹스(Economics)에는 ‘석유왕’ 존 록펠러,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등 자국의 대표 기업인 13명이 놀라운 성공을 거둔 인물로 등장한다.

한국 경제 교과서는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 비해 기업과 기업인에 대한 설명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부정적 측면을 부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수성이 예민한 학생 시절에 기업과 기업인에 대한 바른 인식이 자리잡지 못하는 것은 경제 교과서의 편향 탓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경제 발전 기간이 다르고 부(富)에 대한 인식이 다르다는 점을 고려해도 전후 허허벌판에 맨손으로 기업을 일으켜 세운 한국 기업인들이 경제 교과서에서 푸대접 받고 있는 것이다.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중앙대 이사장)은 “학교와 사회가 기업인들은 탐욕스럽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건호/박신영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