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증시 생태계'] 개인 증시 탈출→시장 위축→기관·외국인도 이탈
주식시장을 떠나는 개인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기관·외국인의 이탈 추세에 개인들의 주식시장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한국 주식시장이 ‘구조적 침체’의 길로 들어섰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주까지 거래대금 기준 유가증권시장 내 개인의 매매 비중(매수·매도비중 평균)은 46.72%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하루 거래되는 3조~4조원가량의 주식 중 개인이 사고판 주식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의미다. 2008년 금융위기 때 처음으로 50% 밑으로 떨어진 개인 비중은 이후 증시 회복과 함께 2011년 55.45%까지 높아졌지만 올해 5년 만에 다시 50% 이하로 추락했다.

상대적으로 거래를 많이 일으키는 개인의 참여도가 낮아지면서 올해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지난해 6조9535억원(코스닥 포함)에서 5조9238억원으로 1조원 넘게 줄었다. 상장주식 회전율 역시 28%에서 19%로 급감했다.

개인들이 증시를 외면하는 이유는 주식투자로 입은 손실을 메우기는 쉽지 않은 반면 미래 수익에 대한 기대치는 낮아지고 있어서다. 한 국내 증권사 지점장은 “올해 직접 투자에 나섰던 고객들은 평균 30%가량의 손실을 봤다”며 “상당수 고객이 보유주식을 손절매했고, 이 중 대부분은 재투자를 포기했다”고 전했다. 실제 개인이 주로 사들인 삼성엔지니어링과 LG디스플레이 KT LG전자 등의 주가는 올 들어 크게 하락했다. 개인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의 평균 하락률은 25.7%다.

통상 개인이 직접투자에서 간접투자로 갈아타면서 주식시장이 선진화되면 기관과 외국인의 증시 참여는 더욱 활발해지게 마련이다. 그러나 한국은 오히려 주식형펀드에서 돈이 빠져나가면서 기관은 물론 외국인의 시장참여도 예전 같지 않아 주식시장이 ‘구조적 침체기’에 접어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 들어 국내 주식형펀드에서는 모두 6조5313억원(ETF 제외)이 빠져나갔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개인이 주식시장에서 아예 발을 빼면 시장 규모가 줄어 기관과 외국인의 거래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구조적인 거래량 감소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과거와 같은 역동성을 기대하긴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파생상품시장 규제와 맞물려 한국 주식시장의 위축이 가속화할 것이란 의견도 있다. 이중호 동양증권 연구위원은 “파생상품시장 규제가 강화되면서 파생상품시장과 현물시장이 함께 쪼그라들고 있다”며 “외국인과 기관이 유동성이 풍부한 중국이나 일본 주식시장으로 옮겨가는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고 했다.

강지연/황정수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