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열기 연예사업에 '국민노후비' 대거 투입
국내외 문화평론가들은 2000년대 이후 전 세계에 불고 있는 한류 열풍에 주목하면서 ‘그야말로 선풍적이다’라는 표현이 모자랄 정도로 그 열기를 높게 평가한다.

한 때 ‘딴따라’라고 비하됐던 연예인들은 이제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문화상품의 아이콘으로 부상했다. 또 이들을 만들어 낸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은 단순히 ‘소속사’라는 개념에서 벗어나 벤처 또는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하는 추세다.

그 중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는 몇몇 기업들은 주식시장에 주식을 공개하며 상장기업 반열에 오르고 대주주는 주식부호 상위권에 랭크되고 있다.

인기가수 출신의 CEO인 이수만 회장이 세운 ‘SM엔터테인먼트’는 ‘우리나라 대형 엔터테인먼트의 시초’ 혹은 ‘한류의 진앙지’라고 평가 받는 유명 엔터테인먼트 기업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기업인 SM엔터테인먼트는 지난 9월 말 기준 총 26개의 계열사(국내 13개, 해외 13개)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1년 SM엔터테인먼트 및 그 계열사들은(일부 제외) 총 매출액 약 1430억원, 영업이익 약 256억원, 당기순이익 약 218억원 등을 시현했다.

또 2012년에는 총 매출액 약 2413억원, 영업이익 약 605억원, 당기순이익 약 373억원 등을 시현하며 매출과 이익에서 모두 큰 폭의 성장을 일궈냈다.

증권가 애널리스트는 “최근 한류열풍을 타고 대형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의 경영 실적이 급증하는 추세다”며 “특히 SM엔터테인먼트의 경우 소속된 연예인들이 해외 시장에 진출해 높은 인기를 구가하며 엔터테인먼트 사업 외에 타 산업분야에 진출해 성공을 거뒀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특성 상 변화추이가 급변하기 때문에 이 같은 추이를 지속적으로 이어 나갈지는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고 덧붙였다.
한류열기 연예사업에 '국민노후비' 대거 투입
HOT, SES 등 아이돌 1세대 성공 후 ‘한류 진앙지’

‘행복’, ‘파도’ 등을 부른 인기가수 출신인 이수만 회장은 1995년 연예기획사인 SM엔터테인먼트를 설립했다. 초기 SM엔터테인먼트는 단순히 신인가수 발굴 및 육성에 매진하는 모습을 보여 엔터테인먼트기업 보다는 연예기획사의 성향이 짙었다.

‘연예계의 판도를 읽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업계의 평가를 받았던 이 회장은 1996년 남성5인조 그룹인 ‘H.O.T’를 데뷔시켜 큰 성공을 거뒀다. 남성5인조 그룹인 ‘H.O.T’는 당시 ‘아이돌’이라는 개념이 생소했던 국내 실정에도 불구하고 ‘최초의 아이돌 그룹’으로 유명세를 탔다.

이 같은 유명세에 힘입어 ‘H.O.T’는 중·고교생들에게 큰 인기를 얻으며 10대들의 문화를 주도하는 그룹으로 성장했고, 이들의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는 큰 돈을 벌어들였다.

그 후 SM엔터테인먼트는 △1997년 여성3인조 아이돌그룹인 ‘S.E.S’ △1998년 남성6인조 아이돌그룹 ‘신화’ △1999년 남성 R&B듀오 ‘Fly To The SKY’ △2000년 솔로 여성 가수 ‘보아’ △2004년 남성6인조 아이돌그룹 ‘동방신기’ △2005년 남성13인조 아이돌그룹 ‘슈퍼쥬니어’ △2007년 여성9인조 아이돌그룹 ‘소녀시대’ △2008년 남성5인조 아이돌그룹 ‘샤이니’ △2009년 여성5인조 아이돌그룹 ‘F(X)’ △2012년 남성12인조 아이돌그룹 ‘EXO’ 등을 데뷔시켰다.

특히 SM엔터테인먼트는 1998년 신화를 데뷔시키면서 마케팅 리서치, 캐스팅, 트레이닝, 프로듀싱에 의한 음반 제작 시스템 등을 인정받으며 음반업계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차지했다.

이에 대해 업계는 “기존 연예기획사의 개념에서 벗어나 가수의 모든 과정을 책임지는 매니지먼트 시스템을 도입했다”는 평가를 했다.

또한 2000년 엔터테인먼트 기업 최초로 코스닥 시장에 주식을 상장하며 증권가에 ‘엔터주’라는 신조어를 낳기도 했다. 이 후에도 데뷔시키는 가수마다 성공을 거둬 많은 돈을 벌어들였고, 아시아 시장을 시작으로 지속적인 해외 진출을 시도해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발돋움 했다.

특히 2010년 이후 전 세계를 휩쓴 한류열풍으로 인해 SM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들은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구가하기 시작했다. 이에 SM엔터테인먼트는 해외 지사를 설립에 박차를 가했고, 해외 매출액 또한 큰 폭으로 증가했다.

당초 아시아에 국한됐던 한류열풍은 2011년 프랑스에서 개최한 ‘SM타운 월드투어’를 기점으로 한류열풍이 전 세계로 확대돼 갔다. SM엔터테인먼트 및 소속가수들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한류열기 연예사업에 '국민노후비' 대거 투입
이수만 회장, SM 지분 21.27% 보유한 최대주주

‘한류의 샘’이자 ‘한류의 진앙지’로 평가 받고 있는 SM엔터테인먼트는 이수만 회장 중심의 지배구조가 견고히 갖춰져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 회장은 지주회사격인 SM엔터테인먼트의 지분 21.27%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또 트러스톤자산운용이 8.93%, 국민연금공단이 8.33% 등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그 외 나머지 주주는 모두 지분율 5% 미만의 소액주주들이다.

지주회사 격인 SM엔터테인먼트는 스타라이트, SM컬처앤콘텐츠, SM브랜드마케팅 등 총 13개 계열사의 지분을 25.86%~100% 보유하고 있다.

이 중 S.M.ENTERTAINMENT JAPAN Inc, ENTERTAINMENT USA Inc, SM에프앤비디벨롭먼트, SM컬처앤콘텐츠 등의 계열사는 각각 작게는 1개에서 6개까지 계열사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류열기 연예사업에 '국민노후비' 대거 투입
대주주 국민연금 주식 사들일 때마다 주가 오름세

26개 계열사를 거느리면서 ‘엔터테인먼트업계 공룡 기업’으로 불리는 SM엔터테인먼트의 지배구조를 살펴보면 국민연금공단이 대주주 명단에 속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에 대해 증권가 애널리스트는 “국민의 혈세와 다름없는 기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공단이 한류열풍을 타고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는 SM엔터테인먼트의 지분을 매입한 것은 크게 문제시 되지 않지만 국민연금이 지분을 매입한 시기는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비판적 시각이 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 2010년 10월 SM엔터테인먼트의 주식 86만7323주를 최초 매입했고, 이후 30만46주를 추가로 매입했다. 당시 매입가는 주당 약 1만4900원 가량으로 총 매입가는 약 174억원으로 추산된다.

또 같은 해 12월 보유주식 중 46만9559주를 매각했는데 당시 주당 매도가는 약 1만3900원이며, 이에 총 매각 금액은 약 65억원인 것으로 추정된다. 공시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주식을 매각하기 불과 이틀전 이수만 회장은 상당한 보유 주식을 매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이 회장은 보유주식 50만주를 주당가 1만5671원에 매각했는데, 이에 따른 수입금은 약 78억여원 규모에 이른다.
한류열기 연예사업에 '국민노후비' 대거 투입
국민연금은 이 과정에서 손실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이후 SM엔터테인먼트의 지분을 지속적으로 사들였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1분기 중 38만2684주, 지난해 3분기 중 42만3469주를 각각 매입했다.

국민연금의 지분율은 2011년 말 6.24%(103만4802주), 2012년 말 7.97%(162만7007주), 올 6월 말 8.33%(171만8976주)로 꾸준히 올랐다.

주목되는 것은 국민연금이 주식을 매입할 시기마다 SM엔터테인먼트의 주식이 올라 시선을 끌었다는데 있다는 것이 증권가의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해 1분기 중 국민연금이 주식을 매입한 직후 SM엔터테인먼트가 유·무상증자를 실시해 주당가가 1만원 가량 오르기도 했다. 또 주식을 매입한 이후인 지난해 10월 SM엔터테인먼트의 주식은 7만1600원을 기록하며 최고점을 찍었다.

국민연금은 최고점을 지난 주식이 급락한 이후 주당가격이 약 4만2000원으로 떨어진 11월 중순 경 44만3637주를 팔기도 했다.

이에 대해 증권사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주식을 매입한 후 SM엔터테인먼트의 주식이 대체로 올랐다”며 “이는 증권가에서 국민연금이 SM엔터테인먼트의 주식 가치를 올려주는데 역할을 한 것으로 비춰지고 있다”고 해석했다.

엔터업계 공룡 기업, 부작용 유발 가능성 우려

한류열기 연예사업에 '국민노후비' 대거 투입
SM엔터테인먼트가 보유한 계열사들은 대부분 연예 관련 산업에 진출해 있으나 최근 노래방, 외식사업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다각화를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SM엔터테인먼트에 소속된 연예인들의 홍보 효과 만으로 일정 부분 사업의 성공률이 보장되기 때문에 최근 SM엔터테인먼트로 사업 제휴 제안이 많이 들어간다고 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엔터테인먼트계의 공룡 기업으로 거듭난 SM엔터테인먼트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들리고 있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최근 음원사업만으로 한계를 느낀 소규모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이 SM엔터테인먼트와 합병하는 사례가 종종 눈에 띈다”며 “하지만 이 같은 상황은 장기적으로 볼 때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회의적인 반응은 동종 업계 뿐 만이 아니다. SM엔터테인먼트와 SM컬처앤콘텐츠의 경우 증권가의 주목을 받고 있는 코스닥 상장기업이기 때문에 일부 증권가 관계자들도 이들 행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한 증권가 애널리스트는 “엔터주의 경우 ‘연예인 테마주’로 불릴 정도로 연예인들의 거취에 따라 주식의 상승과 낙폭이 큰 편이다”며 “최근 SM컬처앤콘텐츠가 지난해와 올해 SM레이블, 에이엠이엔티, 울림엔터테인먼트 등을 연이어 흡수합병하면서 실적과는 달리 주식이 급등하는 기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 같은 현상은 주식시장의 쏠림현상을 일으켜 자칫 선의의 피해자를 낳을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SM컬처앤콘텐츠는 2011년 163억원 매출에 영업이익 12억원을 올렸으나 인수합병에 나선 지난해에는 매출 195억원으로 외형이 신장했지만 영업이익은 마이너스 26억원을 보이면서 적자로 돌아섰다. SM컬처앤콘텐츠는 올 상반기 현재도 1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한경닷컴 스카이데일리 김신 기자 skim115@sky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