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포럼] 예상이 좀 빗나갔으면 좋겠다
경제예측처럼 어려운 게 없다고 한다. 정부는 물론 주요 경제연구소들의 성장률 예측이 예외없이 빗나가는 것만 봐도 그렇다. 오죽하면 경제예측은 틀리기 위해 존재한다는 말까지 나왔겠는가. 그럼 경제정책의 결과는 내다볼 수 있을까. 이 역시 만만치 않다. 미국이 양적완화 출구시점을 놓고 갈팡질팡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그런데 여기엔 예외도 있다. 규제가 주된 내용인 경제정책이라면 그 앞날을 어느 정도 예단하는 게 가능하다. 특히 시장 경제질서를 무시하고 기업 활동을 직접 제한하는 규제일수록 더 그렇다. 동반성장이나 경제민주화라는 이름 아래 쏟아지고 있는 온갖 반시장적 규제들이 바로 그런 것들이다.

결과 뻔한 反시장적 규제들

중기적합업종은 그런 점에서 갈 길이 미리 정해져 있었다. 시장에 인위적 칸막이를 쳐 경쟁을 제한하는 것은 중소기업에도 소비자에도 도움이 되지 못하고 외국기업 좋은 일만 시킬 뿐이다. 이는 본지가 사설 등을 통해 누누이 강조해온 부분이다. 시행 2년 반여가 흐른 지금 LED와 재생타이어 시장은 외국 기업이 점령하다시피 됐다. 정부청사 급식마저 다국적 급식업체 자회사가 꿰찼다. 대기업이 배제된 자리엔 중소기업에도 일감이 돌아오지 못했다.

대형마트 영업규제 결과도 예측에서 전혀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12년 2월9일자 본지 사설은 ‘대형마트가 주말 영업을 못하면 입주 상인은 물론 마트에서 일하는 판촉사원 일자리도 크게 위협 받는다’고 지적했다. 올해 2월 본지가 대형마트 3사를 조사한 결과 무려 6600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납품 협력업체와 농어민의 매출 감소액은 연 4000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지난해 전통시장 매출은 규제 전보다도 되레 4.3% 줄었다.

일감몰아주기 역시 결론이 뻔한 규제였다. 대기업 계열사의 MRO를 규제하자 중소제조업체들이 구매비용 증가로 고통을 겪고 있다. 일감몰아주기 증여세 부과 대상의 99%가 중소·중견 기업인이다. 대기업 일감을 규제하면 중소기업이 혜택을 볼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은 처음부터 잘못이었다.

손으로 하늘 가리는 경제민주화

이뿐이 아니다. 프랜차이즈 규제, 지하경제 양성화, 알뜰 주유소 등 동반성장 내지는 경제민주화라고 포장된 정책의 대부분이 당초 예측한 대로 움직이고 있다. 우리 스스로도 놀랄 정도다. 자화자찬처럼 보일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는 한경의 예측력이 대단해서가 아니다. 누가 봐도 결과가 뻔한, 상식을 벗어난 규제가 경제민주화라는 이름으로 쏟아지는 게 문제다. 대중의 시기심과 질투에 편승해 손으로 하늘을 가리는 꼴이다.

경제민주화 광풍은 다소 잠잠해졌다. 대통령의 언급처럼 7개 관련 법안 중 6개가 국회를 통과한데다 경기침체로 더 이상 기업을 몰아세우기 어려워진 탓도 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은 아니다. 정기국회에는 신규순환출자금지 상법개정안 등이 계류 중이다. 국회를 통과한 각종 법안의 시행령 시행규칙 개정도 줄줄이 남아 있다. 엊그제 공정거래위원회가 입법예고한 가맹사업법 시행령이 대표적이다. 가맹점의 매출 전망을 의무화하고 장사가 안되는 시간에는 편의점 문을 닫아도 좋다는 개정안은 필시 프랜차이즈 자체를 무력화시키고 말 것이다. 앞으로는 이런 예상이 좀 틀리기도 했으면 좋겠다.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