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세입자, 집 경매 때 3200만원 우선 돌려 받는다
정부가 전·월세난에 시달리고 있는 세입자 보호에 나섰다. 월세입자들을 위해 집주인들이 기존 전세를 월세로 돌릴 때 적용하는 이자율 상한선을 크게 낮췄다. 주택은 현행 연 14%에서 10%로, 상가는 연 15%에서 12%로 하향 조정했다.

전세입자들에게는 살던 집이 경매에 부쳐졌을 경우 회수해야 할 ‘최우선 전세보증금액 한도’를 높였다.

○주택·상가 전세입자 보호 강화

정부가 이번에 입법 예고한 주택·상가 임대차보호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건물주의 파산 등으로 주택·상가가 경매로 넘어갔을 때 보호받을 수 있는 ‘소액 전세입자’ 기준과 ‘최우선 변재액수’를 높였다.

부동산시장 침체로 경매로 넘어가는 주택·상가가 많아지면서 보증금을 건지지 못하는 세입자들이 늘고 있어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전세금 보호 대상 확대로 주택 세입자와 영세상인 등 70만가구가 도움을 받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서울의 경우 ‘소액 전세입자’ 기준이 지금은 ‘전세금 7500만원 이하’로 돼있다. 금융회사 등 다른 채권자들보다 최우선으로 돌려받을 수 있는 변제금액 상한선도 2500만원까지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보증금 9500만원 이하 세입자’에 ‘3200만원 최우선 변제’로 기준이 상향된다. 이에 따라 서울 18만8000여가구, 전국 39만여가구가 보호 대상에 새로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상가 세입자 보호 기준도 높아진다. 소액 세입자 기준이 서울은 보증금 5000만원에서 6500만원으로 높아진다. 우선 변제금도 1500만원에서 2200만원으로 확대된다.

또한 세입자가 최대 5년까지 장사를 할 수 있도록 임대계약 기간을 보호해주는 ‘소액 세입자의 보증금 상한율’도 서울의 경우 3억원에서 4억원으로 올렸다. 즉 내년부터는 ‘전세보증금 4억원 이하 상가 세입자’까지 임대계약 기간 5년을 보장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정부의 세입자 보호대책이 실제 세입자들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계약기간을 보장하는 상가 보증금 상한율 인상은 되레 임대료 인상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월세 전환 이자율 상한선도 인하

이와 함께 내년부터 전세주택을 월세(반전세)로 바꿀 때 적용하는 이자율인 ‘월세전환 이자율 상한선’을 연 14%에서 10%로 낮추는 한편 한국은행 기준금리(현 2.5%)에 4배수를 곱해 나온 이자율 중에서 낮은 것을 적용하도록 했다. 금리가 앞으로 더 인하되면 상한선이 낮아져 세입자 부담도 더 줄어들 수 있다.

예컨대 1억원짜리 전셋집을 ‘월세보증금 5000만원짜리 월셋집’으로 바꿀 경우 현재는 월세로 돌리려는 전세보증금 5000만원에 대해 최대 연 14%(700만원)까지 이자를 붙일 수 있었다. 매달 59만원 한도에서 월세가 결정됐다. 하지만 앞으로는 상한선이 10%(500만원)로 낮아지기 때문에 월세가 42만원 이하로 낮아진다.

상가의 월세 전환 이자율도 낮아진다. 현재 상한율 연 15%를 12%로 낮추고, 한국은행 기준금리에 곱할 배수는 4.5배(현재 11.25%)로 규정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이번 개정으로 금리가 낮을 때는 인하된 기준금리를 적용해 전환이자율을 낮추고, 금리가 높을 때는 고정된 상한율(주택 10%·상가 12%)을 적용해 영세 서민들의 월세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